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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노태우 국가장, 전두환과 달리 ‘반성 행보’ 고려…문 대통령, 조문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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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징금 전액납부, 아들은 사죄 노력

북방정책 추진 성과 등 공적도 감안

대선 앞 ‘포용 모습’ 정무적 판단도


한겨레

노태우 전 대통령 조문 (서울=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1.10.2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2021-10-27 18:51:19/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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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가 있었다”며 추모 메시지를 냈다. 노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약 하루 만이다. 장례 형식은 국가장으로 치러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되, ‘반대 의견’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은 하지 않는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모메시지와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가 노씨 사망 하루가 지난 시점에 나온 것은 노씨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재한 참모진 회의에서 노씨 장례 절차와 메시지 수위, 조문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국가장으로 치르는 방안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 ‘노 전 대통령 국가장 계획안’이 논의 안건으로 긴급 상정돼 의결됐다.

문 대통령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장을 결정한 배경에는 노씨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남북 화해협력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업적’에 대한 평가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노씨가 재직중 추진한 북방정책과 남북 화해 기조가 문 대통령의 핵심 대북 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기반이 됐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12·12군사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 등에 노씨 가족들이 ‘노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지속적으로 사죄해온 점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청와대 내 이견은 없었다”며 “저희가 (국가장 반대) 성명서들을 검토했고,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복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전히 용서를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분들의 정서나 마음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직선제로 대통령에 선출됐고, 북한 관계 개선에 기여한 점, 추징금을 완납하며 본인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행동을 보인 점 등이 두루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과오 만을 따질 경우, 대선을 앞두고 ‘국민 통합’이라는 대의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가장을 하되 가급적 간소하게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대통령은 노씨의 역사적 과오와 피해자들의 상처 등 논란이 큰 만큼 직접 조문은 피했다. 청와대 쪽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다자 정상회의가 있고 내일(28일) 오전에 순방을 떠난다”고 설명했지만, 내부적으론 여권 지지층의 노씨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조문이 마치 노씨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강제진압 등 ‘과오’까지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가 노씨 사망 하루가 지난 시점에 나온 점, 추모 메시지에서 노씨의 공과를 함께 언급한 점, 빈소에 조화는 보내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한 점 등이 이런 고민을 두루 반영한 결과인 셈이다.

이에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 방정균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 대신 노씨의 빈소를 방문했다. 유 실장은 이날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실장 역시 “(고인은) 적지 않은 과도, 공도 있다”며 “여러 가지 국민의 의견을 고려해 국가장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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