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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설왕설래] 정치인과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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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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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는 금주법 시대에 마피아와 주류 불법거래를 통해 큰돈을 벌었다. 그때 관계를 맺은 마피아 인맥은 케네디의 대통령 당선에도 기여했다. 케네디는 1960년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었다고 하는 일리노이주 선거에서 9000표 차이로 이겼다. 마피아가 자금을 지원하고 조직을 총동원해 바닥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다. 조지프의 밀주 사업 동업자로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 시카고의 마피아 두목인 샘 지안카나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낸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조폭 출신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시칠리아 마피아의 일원이었다. 조직을 선거에 적극 활용했음은 물론이다. 1974년 마피아 두목 토토 리나와 표를 몰아주면 경제적 이권을 주겠다는 협약을 맺고 당선 뒤 이를 이행했다가 검찰에 적발돼 기소됐다. 1979년에는 로마에서 활동해온 ‘반다 델라 말리아나’ 마피아 조직의 정치담당 기자 살해 사건에 연루돼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부패 정치인으로 풍자·조롱의 대상이 됐다.

최근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조폭으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뜨겁다. 성남지역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출신인 박철민씨는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며 3억7000만원을 이 전 지사와 모 형사에게 나눠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가기 전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2억원을 (성남시 수내동) 금호아파트에 있던 벤츠 차량에 박스로 놔두고, 모자를 푹 눌러쓴 여성이 (이를) 가져 갔다”고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당시 국제마피아파 측근들에게 용역 등 성남시에서 나오는 사업 특혜를 주는 조건이라고 했다.

박씨는 “거짓이면 제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말을 모두 믿기는 어렵지만, 돈 전달 시기·장소·과정을 특정한 것을 보면 심상치 않다. 이 전 지사 측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여당 대선 후보의 조폭 연루설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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