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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사설] 비정규직 800만… 해고 어렵고 단기알바 남발한 탓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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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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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부’의 민낯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그제 통계청 고용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지난 8월 기준 806만6000명으로 처음 800만명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68만명, 문 정부 출범 직전에 비해서는 150만명이나 늘어난 규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도 156만7000원으로 2004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크다. 비정규직 철폐를 표방한 정부에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했으니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이런 고용참사는 친노동 정책과 땜질식 일자리 대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당장 비정규직 제로는 노노 갈등·방만경영 등 수많은 부작용을 야기하며 공공부문만의 잔치로 끝났다. 민간부문은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과 해고·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노동법 개정,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골적인 친노조 정책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신규채용을 기피했다. 청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다급해진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풀어 청년과 노인의 단기 일자리 양산에 몰두했다. 그 결과 20대 근로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고 60대 비정규직 수는 무려 240만명에 달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보고서에서 현재 2.2%인 잠재성장률이 10년 이내에 0%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원인으로는 성장전략의 한계·기술혁신 둔화와 함께 경직된 노동시장이 꼽혔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과 서민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조사대상 141개국 중 97위이고 노사협력은 130위였다. 이래서는 고용대란의 늪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한국은행의 ‘2020년 기업경영분석’ 통계는 국내 기업의 지난해 매출이 10년 만에 처음 쪼그라든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기조를 친시장·친기업 쪽으로 바꾸기 바란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근로 유연성 확대 등 노동개혁을 단행하는 일도 시급하다. 거대 강성노조의 기득권을 깨지 않고는 비정규직 등 약자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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