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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론] 민노총 변하지 않으면 AI시대에 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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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정일 법무법인 클라스 AI·빅데이터 클러스터 대표


민주노총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기적이고 비타협적인 불법 파업, 내로남불, 정치 권력화된 기득권 세력이란 부정적인 인상이 강하다. 사회적 대화와 타협에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해 노조의 고립을 초래하는 것도 문제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만을 위한 조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노동귀족으로 불리는 10% 기득권 집단의 ‘노동 정치’로 인해 경제·사회 정책에서 발언권이 과도하다.

민노총은 1995년 11월 11일 창립 당시 “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통해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26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렇게 실천하고 있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의 거듭된 요청을 묵살하고 7월 3일과 10월 20일 두 차례나 불법 총파업을 강행했다. 급식 조리원, 돌봄 전담사 학교 비정규직과 공무원 노조 등이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바람에 애꿎은 영·유아와 힘없는 어린이를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 행태가 비판받았다.



불법적 집단이기주의 한계 달해

산업구조 대변환, 교육 강화해야

이제는 불법적 노동운동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공지능(AI)은 세상을 통째로 변화시키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역행한다면 민노총은 5년 이내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AI 시대에 민노총은 어떻게 탈바꿈해야 할까.

첫째, 글로벌 뉴 노조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외부 세계는 정규직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비정규직의 권익을 향상하며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을 추진 중이다. 노동운동을 통합하고 합리적 노선을 추구해 노조의 노동정치가 퇴조하고 근로자 정치를 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둘째, 포스트 코로나 대전환기에 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생산 및 사무직의 많은 일이 AI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기존 인력은 감원되고, 소프트웨어 부분은 인력이 늘고 있다. 산업 간 직업 이동은 재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노조원의 재취업에 대한 직능 전환 교육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MZ 세대 변화에 맞춰야 한다. 비타협적 투쟁 중심의 기존 노동운동, 노조 내부의 경직성, 소통 부족 등은 공정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반감을 사고 있다. 전통적 투쟁 방식인 점거, 집회, 구호 제창, 플래카드가 아니라 SNS 활용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공개하고 있다. 블라인드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MZ 세대의 60%는 노조에 가입할 의사 없다고 한다.

넷째, AI 혁명에 따른 노동의 탈경계화에 대응해야 한다. 기존 제조업의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로, 정규 시간을 중심으로 이뤄진 노동은 원격근무와 재택근무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기업은 파견근로, 클라우드 소싱 등을 활용한 조직의 유연화가 확대되고 있다.

다섯째, AI 플랫폼 고용시장 확대에 대응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사회는 노동을 잘게 쪼개 인터넷을 통해 아웃소싱한다. 플랫폼 노동이 확대되고 있어 상시 고용이 감소하고 있다. 노조원 가입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야 한다.

여섯째, 노동운동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투쟁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고용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안전망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미조직 노동자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을 줘야 향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민노총이 AI 시대에 새로운 노동운동으로 변화의 물꼬를 먼저 열어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아날로그적 사고로는 다 죽는다. 오랫동안 민노총의 구호는 ‘세상을 바꾸자’였다. 하지만 바꾸자고 투쟁하는 동안 정작 자신을 바꾸는 데엔 소홀했다. 변화하지 않고 계속 머뭇거리면 AI 혁명의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질 수 있다. 세상을 제대로 바꾸려면 자신부터 변화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정일 법무법인 클라스 AI·빅데이터 클러스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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