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BTS·오징어게임'에 반한 외국유학생들…"한국에서 살래요"[과학을읽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학위 취득 후에도 한국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우수한 외국 인재들이 많다. 그런데 영주권이나 국적 취득이 너무 까다롭다."

지난 28일 카이스트와 법무부가 개최한 '우수 외국인재 소통 간담회'에서 나온 니콜라이 카이스트 교수의 말입니다. 니콜라이 교수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한국에 다시 돌아와 지난해 특별 귀화해 현재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특이한' 사례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자유로운 생활과 연구 환경을 동경해 갈수록 해외로의 인재 유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출신 박사급 인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 오다니 말이죠.

그런데 '제2의 니콜라이 교수'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우수 외국인재는 총 220명인데, 2010년대는 10명대에 머물렀지만 2016년 25명으로 늘어난 후 지난해에는 38명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올해도 9월 말 현재 27명이나 되죠.

우리나라에서 공부 중인 석ㆍ박사 유학생 등 '잠재적' 우수인재도 석사 과정 2만2062명, 박사 과정 1만3445명 등 4만명에 육박하며, 교수, 전문가 등 전문 인력도 6000명이 넘습니다. 이중 카이스트에만 학사 421명, 석사 236명, 박사 266명, 연구원 79명, 교원 67명 등 총 1069명이 공부나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총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세계5위에 달하며, 국민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세계 2위에 달합니다. 과학기술 투자가 세계 최고인 국가에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게다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로 안전한 치안, 편리한 교통, 첨단 ICT 기술이 구현된 인프라, 독특한 한식 문화, BTSㆍ블랙핑크ㆍ'오징어 게임' 등 문화 예술에 반해 한국에 살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마침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로 인해 산업계 인력 공급에 비상이 걸려 있습니다. 특히나 교육 시스템 등의 문제로 양질의 인력 공급은 부족한 상황에서 이같은 우수 외국인재들은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존재들이겠죠. 그렇다면 이들이 학계에서 갑질의 희생양이 되거나 처우ㆍ신분상의 불안으로 한국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조차 과학기술자들이나 예술가 등 전문 인력들은 그 어렵다는 영주권·시민권을 원하기만 하면 척척 내주며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니콜라이 교수의 호소 말고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외국인에 대해 닫혀 있는 사회입니다. 최근 전북대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 학교 이 모 교수는 몽골 출신 박사과정 A씨에게 1년 6개월간 자녀의 주 3회 통원 치료를 시키는가 하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양말을 집어던지는 등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A씨의 논문에 자신의 형제들의 이름을 올리는 '도둑질'은 물론, 인건비 2400여만원을 편취하기도 했습니다.

마침 이날 법무부는 카이스트의 외국인 학생ㆍ교직원들에게 정착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답니다. 말 뿐이 아닌 실제 정책으로 나타나 다문화 연구자들이 어울려 '공동체' 한국을 일궈 나가는 사회를 꿈꿔 봅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