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채택… 2023년 발효
연매출 27조·이익률 10% 이상
초과이익의 25%에 법인세 부과
실제 매출 올린 국가에 과세권
조세회피 방지 “최저한세율 15%”
플랫폼 넘어 전업종, 대상 확대
“전 세계서 매년176조 더 걷힐 듯”
G20 정상회의를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급망 회복력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G20(주요 20개국) 정상들이 10월 30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막는 디지털세 도입 합의안을 추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가 합의한 디지털세 도입안을 G20 정상들이 승인했다면서 “회의 마지막 날 합의문이 공식 채택돼 2023년 발효될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세 합의안은 다국적기업들이 실제 매출을 올리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필라 1)하고,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15%로 설정(필라 2)하는 양대 축으로 이뤄져 있다.
필라1은 연간 연결매출액 200억유로(약 27조원)·이익률 10%를 넘는 기업이 대상이다. 통상 이익률(10%)을 웃도는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그중 25%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해 매출을 일으킨 여러 나라에 비례적으로 배분하게 된다. 필라 2는 다국적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내도록 해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 및 기업의 조세회피를 차단하겠다는 내용이다.
애플, 구글 같은 기업들은 그간 유럽 각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세율이 12.5%로 OECD 평균 법인세율(21.5%)보다 훨씬 낮은 아일랜드에 유럽 본부를 두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해왔는데,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공통 규제의 칼날을 빼든 셈이다. 다만 대상 기업은 플랫폼사업자뿐 아니라 소비재 기업 등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
OECD는 디지털세가 발효되면 매년 전 세계에서 1500억달러(약 176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정부)는 전 세계 70∼80개 기업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하게 되고, 우리 기업은 한두 곳이 해외에서 과세권을 나눠 주게 될 것”이라며 “필라 1에 따른 세수 감소와 필라 2의 세수 증가를 합하면 약간의 세수 증가가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합의안 도출에 앞장선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법인세를 바닥까지 끌어내린 최악의 경주를 끝낼 역사적 합의”라며 최저한세 도입으로 미 경제와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디지털세 도입 등으로 향후 10년간 3500억달러(약 411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G20 정상들이 글로벌 최저한세를 명확히 지지했다”며 “이는 세금 협상 그 이상의 것으로, 세계 경제 재편과 우리 국민을 위한 외교”라고 환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19년 일본 오사카 정상회의 이후 2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G20은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글로벌 경기 회복 등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환영사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문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일한 해결책은 결국 (G20 창설 정신인) 다자주의일 수밖에 없다”며 “70%(선진국)와 3%(개발도상국)라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의 차이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대유행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을 저해할 요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정상은 별도 회담을 갖고 “지난 6월 핵합의 복원 회담이 중단된 뒤 이란의 도발적인 핵 활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위급한 상황에 놓인 핵 협상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태영 기자, 로마=이도형 기자 anarchy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