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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탄소배출 잡고 中도 견제?… COP26 '탄소관세'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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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COP26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들이 푸른 지구 모형 아래서 지구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각종 의제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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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 중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실효성있는 성과가 도출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탄소관세’ 카드를 꺼내 들 공산이 크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美·EU “탄소 많이 배출해 생산된 제품에 높은 관세”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EU가 G20 정상회의 폐막일인 지난달 31일 맺은 ‘탄소관세 협정’을 거론하면서 “두 나라의 아이디어가 COP26에서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양측은 철강·알루미늄 등을 수입할 때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의 제조업자에게 관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WSJ 보도대로라면 COP26에서 진행 중인 탄소배출량 감축과 관련된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가 실패할 경우, 선진국들이 관세를 통해 탄소배출국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

국경조정세라고도 불리는 탄소관세는 궁극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임으로써 자국 경제가 입는 손해를 막기 위한 제도다. 국가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자국 기업에 각종 규제를 부과하면 해당 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협정을 통해 이 제품군을 수입하는 국가 측이 탄소배출량이 적고 가격이 비싼 물건을 우선 구매하고, 반대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저렴한 제품에는 높은 수준의 관세를 매기면 가격경쟁력이 상쇄된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을 억제하자는 취지의 관세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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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G20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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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관세를 통해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겠다는 포석도 깔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EU와의 탄소관세 협정을 선언하면서 “중국과 같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 더러운(dirty) 철강을 우리 시장에 접근시키는 것을 제한하겠다”고 저격한 바 있다. 미국과 EU는 탄소관세를 언제, 어떻게 시행할 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2년내 방법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EU는 지난 7월부터 탄소관세에 앞장섰다. 현재 유럽 내 기업들은 허가받은 양만큼만 탄소 배출을 할 수 있는 거래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다. 현재 탄소배출량 1t 당 약 60유로(약 8만원)씩 내야 한다. EU는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탄소 함량을 기준으로 유럽 기업들이 지불하는 것과 유사한 수수료를 다른 나라의 제조업체에도 부과할 예정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과 알루미늄·시멘트·비료에 우선 적용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 제도를 2025년에 시행하면 2030년까지 유럽내 탄소배출량을 5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EU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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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부 산시성 다퉁시의 석탄발전소 앞에 펄럭이는 중국 국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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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일본·캐나다도 탄소관세 도입 고민



보스턴컨설팅그룹은 EU의 탄소관세 프로그램이 적용될 경우, 철강분야에서 중국과 우크라이나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시장점유율을 캐나다와 한국의 제철소에 뺏길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영국과 일본, 캐나다 정부도 미국·EU의 탄소관세와 비슷한 제도 도입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탄소관세를 국내 산업에 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설계할 경우, 보호무역주의의 잠재적 통로가 될 뿐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당장 탄소관세를 도입하면 미국의 철강업체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후지도자위원회(CLC)는 “미국 기업은 최근 몇년 동안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기술 향상을 이뤄왔다”며 “미국에서 제조된 금속·화학·전자제품·자동차 등은 세계 평균보다 40% 적은 탄소를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t당 43달러에 달하는 탄소관세를 부과할 경우, 철강 수입량은 절반으로 줄고 특히 중국과 브라질에서 들여오는 철강은 완전히 막을 수 있게 된다는 게 CLC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국가를 공격하거나 무역장벽을 치는 핑계가 되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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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석유화학공장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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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산업만 보호, 탄소감축 효과 적을 것” 우려도



탄소관세를 도입해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도 나왔다. 중국은 수력발전으로 생산해 탄소 배출량이 적은 알루미늄을 유럽에 수출하고 석탄으로 만든 제품은 아시아에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EU의 탄소관세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알루미늄 제조업체 루살PLC는 유럽 판매를 목표로 별도의 에너지 자회사를 설립하고, 기존 설비로는 내수용만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 알리안츠SE의 환경경제학자인 마르쿠스 짐머는 “탄소관세는 경제이론상 완벽한 도구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이론의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며 “실제로 도입했을 때 의도와 정반대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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