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 이후 평화 관련 활동하며 예비군 등 훈련 거부한 30대 A씨
A씨 “사회적 불이익 감수하고 병역 거부활동 하고 있어…양심적 병역거부”
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위한 ‘진정한 양심’은 삶의 전반 보는 것…훈련 불참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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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군 전역을 했으나 ‘양심적 병역거부’ 실천하기 위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3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항소심에서 다룬 사건과 별개로, 과거 다른 재판에서 군 훈련 미참석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을 감안, 재판부는 원심 처벌(벌금형)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6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 박양준)는 병역법 위반, 향토예비군설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각각 벌금 50만원 판결을 내린 2개의 원심을 깨뜨리고 ‘형의 면제’를 1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16년 5월 10일부터 같은달 12일까지 경기 고양시 노고산 훈련장에서 실시하는 병력동원훈련을 받으라는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병력동원 훈련소집 통지서를 직접 전달받았다. 그러나 그는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A씨는 2016년 9월 9일 경기 양주시 교현 예비군 훈련장에서 실시하는 향방기본2차보충 8시간 훈련에도 나가지 않았다. 이와 관련, 향토예비군설치법위반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각 원심에선 A씨의 훈련 불참석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A씨는 “훈련거부 행위는 헌법이 규정하는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어 무죄”라며 항소했다.
그는 2008년 평화활동을 하는 한 선교사로부터 신앙인으로서 왜 평화의 가치가 중요한지 강의를 듣고 기독교인으로서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2011년에 군입대를 하고, 2013년에 군에서 제대를 했다. 그는 2014년부터 예비군 훈련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 무렵 가까운 지인이 신앙과 양심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겠다는 소식을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접한 뒤,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병역을 거부하게 됐다고 한다.
A씨는 2016년부터 평화주의자·반전주의자들로 구성된 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오고 있다. 2012년 3월에 창당한 한 진보 정당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판례상)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며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의 각 훈련 거부 관련 결정이 헌법상 부여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인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으로서의 진정한 양심’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과거 별다른 특이 사항 없이 군복무를 성실히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2016년부터 평화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고, 2018년부터 전쟁에 반대하는 것을 주된 교리로 삼고 있는 교회에서 신앙활동을 하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은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A씨의 가정환경, 성장환경, 학교생활, 군복무 등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A씨의 신념이 피고인의 삶의 일부가 아닌 삶의 전부로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2017년 5월부터 2019년 3월 사이에 훈련에 불참해 기소돼 2019년 9월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이것이 확정판결이 된 바가 있다”며 “이 확정판결의 죄와 항소심에서 다루는 각 죄를 동시에 판단할 경우 형평성 있게 판결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형을 면제한다”고 양형 이유를 덧붙였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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