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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이슈 국내 백신 접종

[단독] ‘고무줄 접종’에… 모더나 78만명분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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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폐기량, 2021년 전체 96% 달해

접종 간격 4 → 6 → 4주 일방 변경

일선 혼선에 ‘노쇼’ 겹쳐 폐기사태

‘30일’ 짧은 냉장 유통기한도 한 몫

AZ 73만명분 등 연내 기한 만료

정은경 “잔여백신 외국 공여 검토”

세계일보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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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약 78만명분의 모더나 백신이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전체 코로나19 백신 폐기량의 96%에 달하는 규모다.

8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백신 폐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폐기된 코로나19 백신은 7만8367바이알(78만1477명분)로, 이 중 7만7454바이알(77만4540명분)은 모더나다. 바이알 기준으로는 98.8%, 접종인원 기준으로는 99.1%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화이자는 547바이알(3282명분), 아스트라제네카는 365바이알(3650명분), 얀센은 1바이알(5명분) 폐기됐다.

모더나 폐기 규모는 지난 8월 30바이알(300명분)에서 9월 74바이알(740명분)로 소폭 늘었다 10월에 폭증했다. 올해 국내에서 폐기된 전체 백신(10월25일 기준)은 총 8만1575바이알(80만6022명분)로, △모더나 7만7572바이알(77만5720명분) △화이자 2267바이알(1만3602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604바이알(1만6040명분) △얀센 132바이알(660명분) 순이다. 지난달 폐기된 모더나 백신이 올해 전체 폐기 백신의 96%를 차지하는 셈이다.

지난달에 모더나 백신이 대량 폐기된 것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접종일정 변경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1·2차 접종 간격은 4주였지만, 정부는 지난 8월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1차 접종률을 늘려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접종 간격을 6주로 일괄 변경했다. 이후 9월 말에 다시 접종 간격을 4주로 좁히면서 의료 현장에서 혼선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냉장보관 가능 기간이 6개월가량 되고, 화이자는 냉동 상태로 각 지역에 배송되는 경우가 많아 접종일정이 변경돼도 큰 영향을 안 받았다. 하지만 모더나는 냉장 상태로 공급돼 30일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어 폐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접종일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일정이 변경되면서 예약일에 오지 않거나 갑자기 못 맞겠다고 일정을 미루는 사람이 많아 지난달에 모더나 백신이 많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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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백신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이 모자라서 접종기간을 늘렸다가 그 간격을 다시 앞당겨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며 “특히 백신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닌 일선 병원에서는 백신 수급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현재 접종 완료율이 많이 높아진 만큼 향후 백신 접종은 보건소나 전담 의료기관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등 지역별로 공급체계를 정교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각 의료기관에 일단 부족하지 않게 백신을 보내야 하고, 1·2차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모더나 백신을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다양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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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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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외 다른 코로나19 백신도 빨리 소진하지 않으면 폐기될 처지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73만명분, 얀센 4만명분의 유효기간은 11월29일∼12월31일로, 올해 안에 만료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백신 폐기량 최소화 방안과 관련, “유효기간을 고려해 최대한 국내에서 사용하고 남은 백신은 주로 재외동포들이 많은 국가에 공여하는 방안을 외교부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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