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이슈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COP26 감축 목표 근본 오류…각국 배출자료 상당수 축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분석 보도…오류,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 23% 수준

연합뉴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모인 각국 정상들
[AF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에도 정작 세계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배출 통계는 상당수 축소된 자료를 포함, 감축 목표치 설정에 근본적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환점을 돌아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각종 장밋빛 협약을 놓고 구체성 결여 등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목표치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로 구성한 검증팀의 자체 분석 결과, 196개국이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배출 자료 가운데 상당수가 객관성을 결여하거나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실제 배출량은 자체 측정치보다 최소 85억t(톤)에서 133억t가량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결국 자료를 토대로 추산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자체가 잘못된 기반에 근거해 도출된 것이라는 의미이자, COP26에서 사용한 기준치 자체가 틀렸다는 뜻이라고 WP는 비판했다.

실제 오류를 최소한으로 잡더라도 미국의 연간 배출량보다 많고, 최대치에 임박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배출국인 중국에 육박하는 수준이자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3%에 달한다.

연구팀은 특히 각국이 육지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추정하면서 잘못된 자료를 사용, 이 부분이 전체 오차의 최소 59%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각국별로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에 맞물려 산림과 흙이 이를 빨아들이는 부분을 계산해 이를 상쇄시키는데,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탄소 배출국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5억t 이상 탄소 배출을 상계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서는 말레이시아는 2016년 기준 4억2천2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세계 25위를 기록했지만, 유엔에 제출한 자체 자료상으로는 배출량이 8천100만t에 불과하다. 이는 벨기에와 유사한 수준이다.

연합뉴스

COP26에서 연설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메탄 배출 역시 각국이 자료를 축소해 제출하는 대표적 항목 가운데 하나다.

실제 위성 사진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치를 측정한 결과 러시아의 메탄 배출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러시아가 유엔에 제출한 배출치는 과학자들의 추정보다 수백t은 적은 수준이다.

아랍 에미리트를 포함해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 역시 메탄 배출량을 축소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WP는 보도했다.

불소화합물 역시 베트남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상당 부분 배출량을 줄이는 항목으로 지적됐다.

WP는 무엇보다 선진국의 경우 탄소배출량을 매년 발표하는 것이 의무나 다름없지만 상당수 개발도상국들은 별도의 의무가 없어 자료 관리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196개국 가운데 대부분 선진국을 포함한 45개국만이 2019년 기준 탄소 배출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2015년 이전 5개년도 자료만을 내놓았을 뿐, 아예 최근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유엔의 배출량 측정 기준 자체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엔은 현재 대기분석이나 위성사진을 통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대신 각국의 과학자들이 항목별 배출치를 계측하도록 하는데, 이는 각국이 손쉽게 숫자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악용된다는 것이다.

스탠포드대 롭 잭슨 교수는 "우리가 현재 온실가스의 정확한 배출량을 알 수 없다면, 우리가 감축 목표를 충분히 설정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현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kyungh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