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일선 학교에 시청 금지 공문…초등학교 주변 학생 무방비 노출
드라마 '오징어 게임' |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한 초등학생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던 중 친구에게 '너 움직였잖아. 얼른 죽어'라고 말하는 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한 포털 학부모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오징어게임'을 모방한 학교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교육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영화 '오징어게임'은 옛 놀이를 소재로 한 생존 게임을 하며 경쟁에서 진 참가자가 잔인하게 살해당하거나 죽는 내용의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다.
초등학생이 봐서 안 되는 영화이지만 실제로 부모와 함께 시청했거나 다른 방법으로 '오징어게임'을 본 학생이 상당수라는 게 일부 교사의 전언이다.
영화 '오징어게임' 학교 폭력 우려 지도 요청 공문 |
방과 후에는 초등학생이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놀이를 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도 영화에 나온 소품 등을 본뜬 장난감이나 카드, 액세서리가 팔려 초등학생은 영화 '오징어게임'을 간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다.
한 초등학생은 "친구들이 '오징어게임'에 나온 놀이를 하거나 게임 팔찌 같은 것을 사서 주고받기도 한다"며 "다들 이야기를 하니 궁금해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우동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점심시간에 '오징어게임'을 보여달라고 담임 선생님에게 건의했다가 학급 전체가 찬반 토론을 벌여 만장일치로 영화를 보지 않기로 한 일도 있었다.
이처럼 아이들 일상 속에 '오징어게임'이 파고들면서 자칫 영화를 본뜬 폭력이 우려되자 교육 당국이 긴급 학생 지도에 나섰다.
학교 앞 문방구서 판매되는 '오징어게임' 관련 장난감·카드 |
부산교육청은 지난달 초·중·고교에 '최근 유행하는 영화 속 놀이를 모방해 놀이가 폭력으로 변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연령제한 등급 기준에 맞지 않는 미디어 시청을 하지 않도록 지도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청은 폭력 사례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탈락한 친구를 때리거나 '딱지치기'에서 지면 뺨을 때리는 등의 행위를 지목하기도 했다.
일선 학교는 이후 학부모에게 이 같은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여러 차례 보내고 있다.
부산교육청 담당 장학관은 "가정통신문에 언급된 행위는 실제 사례는 아니며 아직 부산에서 '오징어게임' 관련 학교 폭력이 확인된 것은 없다"며 "하지만 최근 영화 유행으로 모방 폭력이 우려돼 선제 조처를 한 것"이라며 학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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