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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평등교육 취지는 좋지만, 고교생 왕복 60㎞ 통학해야 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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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둔포면 학부모 반발 "교육감 전형 탓 내년부터 왕복 5시간 거리"

연합뉴스

아산 둔포지역 학부모, 학교신설 촉구 규탄대회
[둔포학부모교육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모두가 평등한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우선 학교부터 만들어 놓고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년부터 아산에서 고교 지원 학군을 제한하는 교육감 전형이 시행되는 가운데, 지역 내에 일반고가 없어 자녀가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둔포면 학부모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아산시 둔포면 거주 인구는 3만 명 정도로 충남 1개 군(청양) 규모에 이르지만, 고교는 특성화고인 아산전자기계고 한 곳밖에 없고 일반고는 아예 없다.

그동안은 학교장 전형을 통해 20㎞ 이내 인근 천안지역 학교를 선택해 진학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교육감 전형에 의해 아산지역 학교에 우선 지원한 후 추첨으로 배정된다.

만약 배방읍·탕정면 내 배방고나 설화고에 배정될 경우, 둔포면에서 최소 25㎞에서 멀게는 30㎞까지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매일 통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둔포에서 성환역까지 시내버스로 이동한 뒤 전철로 아산역까지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배방고까지 가는데 2시간30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아산 둔포지역 학부모, 학교신설 촉구 규탄대회
[둔포학부모교육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둔포면에 거주하는 최원석(41) 씨는 "설화고는 기숙사라도 있지만, 배방고에 진학하게 될 경우 배차시간을 못 맞춰 차를 놓치게 되면 그날은 등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초·중학교는 학군이 거주지 인근으로 제한돼 있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충남도가 하나의 학군으로 묶여 있어 도내에서는 어느 지역에서든 지원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행정구역상으로는 아산에 속해있지만, 천안과 더 가까운 둔포면 지역 주민들은 복자여고나 북일여고 등을 선택해 지원해왔다.

읍·면 지역이 많은 충남지역 특성상 이 같은 학교장 전형 제도를 운용해 왔지만, 대도시인 천안(2016년)에 이어 내년 아산지역에 대해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 내 학교만 지원이 가능하도록 교육감 전형을 적용하기로 했다.

최씨는 "평등한 교육을 실현하겠다지만 우선 집 앞과 가까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만들고 나서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교육청은 둔포면 학령 인구 규모가 학교 설립에 필요한 여건을 충족하지 못해 신설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내 평균 학급당 학생 수로도 25명에 불과해 교육부가 기준으로 정한 28명보다 적어 학교를 새로 건립하기 쉽지 않다.

반면 아산지역은 급격한 도시화로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32명에 달할 정도로 과밀 학급 문제가 제기돼 2023년 개교를 목표로 배방읍에 '이순신고'(가칭)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신설되는 학교가 대부분 남부권에 몰려 있어 둔포면을 중심으로 한 북부권 지역은 교육 인프라에서 소외되는 상황이다.

둔포면에도 아산 테크노밸리 내 입주민이 증가하고, 내달 1천85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어 학교 설립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둔포지역 초·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만든 단체인 둔포학부모교육연대는 10일 충남교육청 앞에서 일반고 신설을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아산지역 일반고 8개교가 모두 남부권에 몰려있고, 북부권에는 한 곳도 없어 교육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더욱더 학교 설립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교육청이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둔포지역 학령인구가 330명 정도로, 학교 설립에 필요한 규모(24개 학급 700명)를 충족하지 못해 신설이 어렵다"며 "이달부터 고교 입학 전형이 시작되는데, 둔포지역 학생들은 대부분 온양·아산고 등 20㎞ 이내 지역으로 배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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