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고발사주 동시 특검은 일축…여야 복잡한 셈법 속 실제 탄력 미지수
尹 "바람직한 일" 원론적 환영 속 검찰 수사 상황·여론 변수 될 듯
관훈 토론회에서 답변하는 이재명 후보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한지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 조건부 특검 수용론을 거론하면서 멈춰서 있던 '대장동 특검' 논의가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이 후보의 이날 언급은 국민의힘의 특검 주장에 '시간끌기'라고 일축했던 기존 입장에서는 변화가 감지된 것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쌍끌이 특검론'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윤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자신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특검을 동시에 실시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권은 즉각 수용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어 여야간 복잡한 셈법 속에 특검이 조기에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가 조건부로나마 특검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검찰 수사 미진시 특검 도입'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윤 후보의 저축은행 대출 관련 부실 수사 의혹,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의혹, '부패 토건 세력'이 성남시의 공공개발을 막고 민관개발 강요한 의혹 등을 '미진한 수사'의 예로 들며 이러한 부분도 특검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그 직후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미진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 여야 협의를 통해 특검법 협상을 하겠다"고 태도 변화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광주를 방문 중인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어떤 입장인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특검 수용은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환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구체적 특검 대상, 시기 등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동상이몽이 연출되는 양상이어서 실제 논의가 진전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5·18 묘역 참배하는 윤석열 대선후보 |
당장 야권은 '즉각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이미 '미진했다'"며 "온 국민이 검찰에 등을 돌리고 특검을 요구하는 마당에 무슨 조건을 건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검찰에 최대한 시간을 벌어달라는 또 하나의 하명이자 면피용 발언"이라며 "민주당과 이 후보는 즉각 특검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검찰 수사는 미진한 정도를 훨씬 넘어 아예 대놓고 대장동 그분을 숨기기 위한 은폐를 하는 수준"이라며 "'검은 계략'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이 후보를 저격했다.
이어 "쩨쩨하게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로 여론을 물타기 하지 말고, 집권 여당 대선후보답게 오늘이라도 특검을 전면 수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도 입장문을 통해 "대장동 검찰 수사는 수사 의지를 의심받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미진하다"며 "미진하면 특검을 받겠다는 것은 안 받겠다는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면 수용도 아니고 조건부 수용은 책임 있는 태도도 아니고 궁색한 답변"이라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특검 전면 수용'을 결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특검 도입과 관련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질의에 "국회에서 논의해서 특검이 합의되면 대통령이 그 이후에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야권 내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걸은 것 자체가 특검에 대해 실제 의지는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사하는 이재명과 윤석열 |
이 후보의 입장에서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선거전에서 큰 타격이 되는 만큼 실제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리라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그의 조건부 특검론은 프레임 전환을 노린 카드에 가깝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신을 향한 배임 의혹보다는 국민의힘 인사들이 포함된 의혹 수사로 초점을 옮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수용 의사를 밝힌 '대장동·고발사주 동시 특검'에 관한 질문에는 "윤 후보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는 드러난 게 맞지 않느냐.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느냐. '직원을 잘못 관리했다, 100% 유능하지 못했다'는 지적 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의 특검 입장 변화 기류를 두고 민주당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민주당의 입장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여야 합의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확대 해석은 지양해주길 바란다"고 진화에 나섰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건부 특검은 특검을 거부하는 것과 동일하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 정하자는 것은 지금의 수사 상황에 비춰 증거인멸을 용인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향후 국회 내 특검 논의의 향배와 관련, 검찰 수사 상황 및 여론 추이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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