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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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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구애 집중하는 이재명·윤석열, 갈 곳 잃은 '20대女'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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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글 돌려보는 李, 무고죄 주장한 尹

20대 여성 "갈라치기 대신 청년 삶에 집중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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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본선에 오른 여야 대선주자들이 청년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앞다퉈 '이대남' 구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20대 여성들은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이에 각각의 집단이 아닌 일자리, 부동산 등 세대 전체의 삶을 바라봐야 한다는 당부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가부 폐지, 페미니즘 저격'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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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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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일 페이스북에 '홍카단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공유하며 "한번 함께 읽어보시지요"라고 했다. 해당 글의 내용은 자신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지지자로, 그가 페미니즘을 없애달라는 요청에 응답해준 유일한 후보였기 때문에 지지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후보를 향해 "이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공유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8일 이 후보는 중앙선대위 회의 직후 참석자들에게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홍준표)을 지지한 이유'라는 유사한 내용의 글을 인쇄해 배포했다.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10일 페이스북으로 "그 글을 읽어보길 권유한 이유는 '2030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청년들의 절규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9일에도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경선 기간 2030 남성층을 공략하는 공약을 펼쳐왔다. 윤 후보 역시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가족부로의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모두 여성계에서 논란이 큰 사안들이다.

앞서 지난 8월 국회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많이 한다' 이런 얘기도 있더라"라며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고 발언해 비판을 산 바 있다.
'이대남'만 청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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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주자들이 모두 '페미니즘'을 집중 공략하며 2030 남성 구애에 나서자 여성 유권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씨(27)는 "지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너무 남성 중심적으로 가는 부분이 있어서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며 "시시각각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슈로 표심을 잡으려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20대 여성인 나로서는 솔직히 뽑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김모씨(31)도 "일부 커뮤니티만 보고 전체 청년들의 의견인 냥 바라보는 것이 안타깝다"며 "젠더갈등에 집중하면서 '갈라치기'를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청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류호당 정의당 의원도 이를 두고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두 '아재' 후보는 끝내 여성의 삶에 공감하지 못했고, 당선을 위해 시민을 취사선택했다"라며 "두 당의 후보가 아니라 여러분이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는 실제 여론조사 지지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리서치뷰가 지난 6~7일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 중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모른다는 응답은 29%로 20대 남성(16%)보다 높았다. 특히 두 후보가 아닌 '기타 후보'를 택한 비율(18%)도 10% 미만인 다른 세대, 연령에 비해 우세했다. (휴대전화 85%, 유선전화 15% 조사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4.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준표 현상' 본질 잘못 짚은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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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의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정작 후보들이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 나온다. 대선 캠프에 소속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아재'인 후보 입장에서 20대 여성 표심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다. 자칫하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성별 관계 없이 청년 표심을 최대한 끌어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이대남' 표심을 확보하는 게 전략면에서는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잘못된 캠페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박상철 경기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마저 소위 '이대남'을 위한 정책으로 급선회하는 건 단순 매표행위에 불과하다"라며 "이렇게 되면 각 집단의 이익에 따라서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년의 눈높이에서 공감해 달라는 '홍준표 현상'의 본질을 잘못 읽은 것"이라며 "세대 간, 남녀 간 구분을 떠나 실제 청년들의 일자리, 부동산 등의 문제가 청년을 위해 합당한 지를 캠프 내에서도 성찰해 보고 발전시켜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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