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동나무 수입 절반 줄어…업체들 "장례도 못지낼 수 있어"
오동나무 업체 공급가도 20% 급등
완성된 관 |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최근 중국에서 오동나무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필수 장례용품인 관 제조에 비상이 걸렸다.
업체들은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관 제조용 오동나무의 재고가 1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앞으로 관 수요를 제대로 충당하지 못해 장례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오동나무 수입이 8월 이후 조금씩 줄더니 지난달부터 절반가량 급감, 업체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격이 싼 오동나무는 수년 전부터 국내 화장문화가 자리를 잡으며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이제는 국내의 바뀐 장례문화 때문에 다른 나무로 관을 제조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업체들은 말한다.
오동나무 수입이 급감한 것은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환경 규제, 물류 차질 등 복합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이 호주 석탄 수입을 금지한 후 전력난이 심각해 목재 생산 공장의 가동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데다 대기오염이 발생하는 목재 가공에 대한 당국의 잦은 단속도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또 어렵게 가공한 목재는 운반할 선박을 구하지 못해 제때 들여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광명에서 관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이배연 강원기업사 사장은 "10월 중순부터 무역상들로부터 관 제작용 목재가 안 들어오고 있다. 이달 말까지 사용하면 목재 재고가 바닥나는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서 "조만간 장례 대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상조회에서 관을 달라고 아우성치지만 단골 장례식장에만 간신히 보내주고 있다"면서 "매달 800개 정도 관을 생산하고 2천개의 관 제작용 목재를 보유했는데 이제 600~700개의 관을 만들 수 있는 목재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관 공장을 운영한지 32년째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다른 관 제조업체들도 몸이 달아 서로 관을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지만 다들 여유가 없다"며 "무역상에 오동나무를 대체할 다른 나무를 구해달라고 요청해놨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관을 제작하는 모습 |
생산 중인 관들 |
경기도 용인의 다른 관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자재가 들어오지 않아 난리가 났다. 우리는 목재 재고가 1~2주 분량에 불과하다"며 "현지에 알아보면 목재 생산업체들이 비가 많이 와서 작업을 못 했다는 등 핑계만 대고 있다. 중국에 의존하다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에서 손꼽는 규모의 관 공장을 운영하는 A 업체 사장은 "지금 목재 주문량의 절반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공장 재고는 1개월치 조금 넘는다"며 "화장장에서 오동나무 관 이외에는 잘 안받으려고 해 중국의 오동나무를 대체할 수단이 없다"고 전했다.
A 사장은 "지난달부터 사정이 매우 어렵다. 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오동나무 가격도 20%나 뛰었는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강조했다.
급감한 관 제조용 목재 |
급감한 관 제조용 목재 |
관 제조업체들에 목재를 공급하는 국내의 양대 수입업체도 이런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S 무역 대표는 "요소수와 달리 오동나무 수출은 중국 정부가 제한하지 않지만 환경 규제와 물류 사정, 전력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목제 수입 금액도 5% 정도 올려주고 있는데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항구에서 배 잡기가 힘들다. 화물을 선적하려면 종전에는 3~7일만 기다리면 됐지만, 지금은 무려 2~3주로 길어졌다"면서 "관 공장에서 장례를 못 지낼 정도로 급하다고 난리지만 목재 수입량이 40%가량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B 목재 관계자는 "중국 현지 공장의 전기가 예고 없이 끊기고 환경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오동나무 수입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우리 업계에서 아예 수입을 못하는 곳도 있다. 다른 나라로 수입선을 돌리려고 하지만 물류난과 가격 때문에 쉽지 않다"고 밝혔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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