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금리 왜곡' 현상이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시중은행과 회의를 열어 대출금리 급등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금리 산정체계의 운영을 점검하는 한편, 최근 1금융권과 2금융권 간,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간 대출금리 역전 같은 비상식적 금리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팩트 체크 차원에서 금융권 대출금리를 비교분석한 결과, 일부 금리 역전 현상이 실제로 확인됐다. 앞으로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이 대출시장 전체의 왜곡으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주요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운영을 점검한다고 18일 밝혔다. 금리 상승 추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됨에 따른 조치다. 아울러 금리상승기에 이용자 금리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최근 대출 금리 상승 등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금리 급등 원인과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최근 대출 규제 강화 기조 속에 대출 금리 문제에 대해 공식 설명자료를 낸 것은 처음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온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다. 이 청원인은 "기준금리와 채권금리보다 은행의 가산금리가 더 먼저, 더 크게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준금리'에 유동성 프리미엄과 법적 비용, 은행의 목표 이익률 등을 합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은행들이 늘어나는 대출 수요를 이용해 가산금리를 크게 올려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게 청원인 주장이다. 하지만 이날 금융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이 청원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가산금리 인상보다는 '우대금리 축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 최근 현장에서는 우대금리를 축소한 경우가 더 많았다.
금융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0월 말 기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3.42%로 지난 6월 말(2.75%)보다 0.6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는 0.64%포인트 상승하며 대출 금리 상승의 대부분을 견인했다. 이 기간 가산금리는 오히려 0.04%포인트 축소됐지만, 은행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우대금리가 0.08%포인트 축소되며 대출 금리 상승에 기여했다.
이 같은 결과는 A시중은행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A시중은행 대출 금리 현황에 따르면 이 은행의 작년 12월 말 기준 만기 35년 은행신용등급(CSS) 3등급 대출자에 대한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 최저 금리는 3.06%, 최고 금리는 3.86%다. 당시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 산정 시 기준금리인 코픽스 금리는 0.9%였고, 여기에 가산금리 2.96%포인트를 더해 대출 금리가 산정됐다.
만약 최대 우대금리 0.8%포인트를 적용할 경우 금리가 3.06%까지 낮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은행은 18일 우대금리 혜택을 0.5%포인트 축소했다. 이 은행에서 같은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산정되는 최저 금리는 3.65%다. 11개월 전과 비교해 약 0.6%포인트 늘어났는데 이 기간 동안 가산금리는 0.3%포인트 오히려 내려갔다. 대출 금리 하한선이 오른 이유는 코픽스 금리가 약 0.3%포인트 오르고, 우대금리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다는 시중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달리하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1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3.31~4.84%)는 신용대출 금리(3.39~4.76%)보다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비교 대상이 된 주담대 상단 금리(4.84%)는 신용등급 3등급의 장기(35년) 주담대 상품이고, 이것을 신용등급 1등급에 주로 단기(1년)로 취급되는 신용대출 상단 금리(4.76%)와 비교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지난 9월 기준 은행의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는 3.01%로 신용대출 평균 금리(4.15%)보다 낮다.
그러나 고신용자 금리 상승폭이 저신용자 상승폭보다 높다는 주장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경우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에서 고신용자(1·2등급)의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1월 2.77%에서 지난 9월 3.52%로 0.75%포인트 올랐는데, 저신용자(5·6등급)의 경우 같은 기간 5.29%에서 5.90%로 0.61%포인트만 올랐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간 낮은 금리로 고신용자 대상 영업을 확대해 온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도록 영업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1금융권 대출 금리보다 2금융권 대출 금리가 더 높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었다. 지난 9월 신용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가중평균 기준)를 보면 은행권이 4.15%로 상호금융(3.84%)보다 높았다. 이 같은 1·2금융권 금리 역전 현상은 올해 2월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시중에 늘어난 유동성으로 인해 1·2금융권 간 자금 조달 비용 차이가 줄었고, 2금융권이 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완화돼 있는 틈을 타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정부가 총량 규제를 통해 대출의 총량을 규제하며,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대출 시장의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원섭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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