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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아주경제 '아주 쉬운 뉴스 Q&A'

[아주 쉬운 뉴스 Q&A] 내 휴대폰을 직접 수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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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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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과 맥 등 자사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예비 부품과 도구를 판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직접 설명서를 보고, 필요한 부품을 구매해 간단한 고장을 수리할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에서는 애플이 독점으로 제공해온 공식 수리 서비스를 벗어나 소비자 누구나 수리할 수 있는 권리, 이른바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되찾았다며 반기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자제품 업계에서도 수리할 권리가 확산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Q. 수리할 권리가 무엇인가요?

A. 수리할 권리는 말 그대로 소비자가 자신의 제품을 수리하고, 개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낡은 자동차 바퀴나 끊어진 자전거 체인을 직접 교체하는 일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이러한 권리가 제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공인된 서비스센터가 아닌, 독립 매장(사설 수리점)이나 소비자가 제품을 분해해 수리할 경우 보증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일부 기업은 '+'나 '–' 모양의 기존 나사 대신, 독특한 모양의 고정나사를 도입하면서 사용자가 제품을 분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이지만, 내부를 열어볼 수 있는 것은 제조사뿐이었죠.

Q. 수리할 권리는 왜 필요한가요?

A. KOTRA에 따르면 시민단체는 크게 소비자의 권리증진과 환경문제, 이 두 가지 이유에서 수리할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제품이 고장 났을 때 수리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라면 수리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경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수리 비용 때문에 새 제품을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미국 소비자공익연구단체 US PIRG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품을 교체하는 대신 수리할 경우 한 가구당 연간 약 330달러(약 39만원)를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US PIRG는 또 매년 스마트폰 100억개와 노트북 27억5000만개가 생산되며, 5억9000만t의 전자제품이 버려지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리로 제품 수명을 연장하면 폐기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유럽환경국은 유럽 내 모든 스마트폰의 수명을 1년 연장할 경우 2030년까지 매년 21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으며, 이는 1년 동안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Q. 기업은 왜 수리할 권리를 제한하나요?

A. 기업은 지식재산권(IP) 보호, 소비자 안전, 개인정보 유출 등을 문제로 내세웠습니다.

개인 소비자와 비공식 서비스센터가 직접 수리하면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나 부품을 악용할 수 있으며, 저작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비전문가의 수리는 더 큰 고장을 일으킬 수 있고, 배터리 폭발이나 화재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사용자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같은 기기의 사진이나 연락처 등이 비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유출될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사설 수리점에서도 제대로 수리됐는지 확인한다는 명목하에 깨진 화면을 수리하는 데도 비밀번호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Q. 법으로 수리할 권리를 보장할 수는 없나요?

A. 국제사회는 환경문제와 관련해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2020년 3월 2일,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제품 수리 가능성을 알리도록 하는 '폐기물방지법'이 통과됐습니다. 기업은 제품분해 용이성, 예비부품과 기술문서 가용성, 부품 가격 등을 기준으로 '수리 가능성 지수'를 소비자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이 수치를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수리할 수 있는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죠.

EU집행위원회는 2020년 3월 11일, 신순환경제 실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지속 가능한 제품 설계, 소비자 역할 강화, 생산공정 순환성 강화 등이 담겨 있으며, 특히 소비자 역할 강화에는 수리할 권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수리 관련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예비부품을 제공하며, 부품을 배송해야 한다는 의무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환경부는 올해 3월 30일 순환경제 정책포럼을 출범하면서 각종 제품이 불필요하게 폐기되지 않도록 수리받을 수 있는 권리 제도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상우 기자 lswo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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