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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갑상샘암 수술 말라···'3000명중 사망 0명' 日 달라진 치료법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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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왼쪽부터) 미야우치 아키라 일본 쿠마병원장, 신동엽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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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의 진료 지침이 변화하고 있다. 일률적인 절제술과 방사성요오드 치료에서 벗어나 이제는 적극적 관찰로 경과를 지켜보는 사례가 느는 추세다. 일본 쿠마병원의 미야우치 아키라(세계내분비외과학회장) 원장과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신동엽 교수의 온라인 대담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적정치료'의 해법을 모색해 본다.

-갑상샘암 발생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신동엽 교수(이하 신) 우리나라 갑상샘암 발생률은 2000년대부터 증가해 2008년 위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가 최근에는 약간 감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암 발생률을 높이는 환경적 요인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갑상샘암은 초음파검사 등으로 쉽게 발견되는 만큼 건강검진이 확대되며 발생률도 자연히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미야우치 아키라 원장(이하 미야우치) 갑상샘암 발생률 증가는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 모두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초음파·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장비·기술의 발전으로 갑상샘암 발견 사례가 증가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갑상샘암의 특징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갑상샘암의 90% 이상은 유두암이다. 암세포지만 분화도(세포가 분열하는 정도)가 좋아 초기에는 느리게 진행하고 치료도 잘 된다. 그러나 일부는 분화도가 떨어지면서 악성도가 높아질 수 있고, 드물지만 진행이 빠른 미분화암·역분화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진단 시 중증도를 예측하고 적절한 치료 강도를 설정하는 것이 갑상샘암 진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암처럼 즉각적인 수술로 치료할 수 없나.

미야우치 갑상샘암의 과잉진단·과잉치료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발생률만큼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진단되는 갑상샘암의 대부분은 종양 크기가 작은 미세 유두암인데, 일반인도 사후 부검 시 크기 3㎜ 이상인 미세 유두암이 3~6%에서 발견될 만큼 무증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즉 미세 유두암을 발견하고 수술하는 것이 과잉진단과 과잉치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적극적 관찰이 대두된 배경인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초기 갑상샘암도 절제술과 방사성요오드 치료가 표준치료였다. 하지만 조기 진단 등으로 평균 증증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현재는 이런 진료 지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직경이 1㎝보다 작은 미세 유두암은 대부분 매우 느리게 진행한다. 림프샘이나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은 경우, 환자가 원하면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진행 여부를 지켜보며 수술을 미루는데 이를 적극적 관찰이라 한다. 치료를 염두에 두고 경과를 면밀하게 지켜보기 때문에 단순한 추적 관찰과는 다르다.

-암인데 수술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지난해 한국·일본·미국을 중심으로 갑상샘암의 적극적 관찰을 다룬 논문 9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 시기 종양 크기의 증가는 약 4%, 림프샘 전이는 1%, 원격 전이는 0.04%에서 발생했으며 사망률은 0.03%로 분석됐다. 3~5년까지의 안전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볼 수 있는 결과다.

미야우치 일본에서 즉각적 수술과 적극적 관찰의 환자 예후를 비교한 결과, 종양학적 결과는 두 그룹이 유사하지만 성대 마비나 부갑상샘 기능 저하 등 유해 반응 발생률은 즉각적 수술 그룹이 확연히 높았다. 10년간 의료비 지출도 즉각적 수술 그룹이 적극적 관찰 그룹보다 4.1배 많았다. 쿠마병원에서는 1993년부터 3000명 이상의 갑상샘암 환자에게 적극적 관찰을 진행했지만 원격 전이나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를 토대로 지금은 수술 대신 적극적 관찰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적극적 관찰을 선택·진행할 시 고려할 점은.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할 때 ▶나이가 40세 이상으로 비교적 많고 ▶종양이 기도·식도·신경 등 주요 조직에 인접하지 않으며 ▶환자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면 적극적 관찰을 권고할 만하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병을 진단하는 것은 환자에게 긍정적이지만, 과잉진료라는 논란에 함몰돼 의사와의 신뢰가 깨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갑상샘암의 합리적인 치료 원칙을 찾기 위해 일반인과 환자, 의사를 대상으로 교육·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암 중증도와 장기적인 예후를 예측할 지표를 개발하고 진료 지침을 지속해서 업데이트하는 등 사회 전반의 노력이 이뤄져야 할 때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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