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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폭염에 전력 부족 위기

[비즈 인사이트]中 전력난을 우리가 더 걱정하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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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편중이 한국의 제조업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원자재·부자재·부품·원료물질 같은 자원의 중국 의존도가 적게는 30∼40%, 많게는 99%란다. 일부 자원의 경우 각 산업별로 두 세 달, 길어야 반년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요소수 사태도 따지고 보면 중국의 석탄 사용량이 줄면서 발생했다. 중국은 그 과정에서 우연찮게 요소라는 신무기를 발견했다. 석탄발전을 줄였더니 요소로 한국을 협박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자원들이 무기로 돌변할 것인지? 중국은 세계 공급망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알고 있다. 미국과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도 힘을 과시해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달까.

우리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뒤집어 쓰면서도 중국의 석탄발전을 응원해야 하는 묘한 상황이 됐다. 중국의 전력난을 당사자보다 더 걱정해야 하는 역설. 중국의 공장에서 생산된 자재와 부품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인 탓이다. 반면, 중국은 체제상 전력난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 당의 결정과 국가의 명령이 통하는 나라다.

안일한 공급망 설계를 이제서야 성과주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우리는 WTO나 FTA 같은 여러 다자간 협력체제를 잘 이용해 공급망을 유지해 왔다. 우리의 보호막이던 그 다자협력체제가 미·중 대결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예상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낌새는 여러번 있었다. 정부는 게을렀고, 기업들도 설마 그러려니 했다. 중국의 ‘제조 2025’ 전략은 미국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상주의라는 전가의 낡은 보도를 꺼내 들었다. 통상전쟁의 시작과 WTO의 무력화가 막이 오른 것.

대중 교역비중 26%라는 사실은 수출뿐 아니라 공급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원·부자재 제조와 가공을 그만큼 중국에 맡기고 있는 셈. 공급망의 편중은 공급의 예속으로 돌변했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비즈니스망을 총가동 하면 된다. 시험삼아 몇몇 대기업 회장들이 개인적 역량을 발휘해줬다. 세계 각국과 기업을 대상으로 촘촘히 짜여진 네트워크를 동원해 당면한 공급난부터 풀고 봐야 한다. 시간을 두고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산업을 통해 재건해야 한다. 오늘 우리의 ‘자원구걸’은 훗날의 굴기가 돼야 한다.

조문술 기자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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