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억도의 온도를 견뎌라." 한국이 차세대 에너지원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태양'(핵융합발전장치) 연구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습니다. 인공태양은 무엇이고, 어떻게 왜 만들어지는지 살펴 볼까요?
◇ 인공태양이란?
인공태양은 태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재현해 그 열로 전기를 생산하자는 발상의 프로젝트입니다. 지구에서 태양과 똑같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선 섭씨 1억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네요. 태양에선 수소가 높은 압력과 1500만도의 열에 의해 합쳐지면서 헬륨으로 변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열에너지가 방출됩니다. 그러나 지구에선 높은 압력의 재현이 불가능해 그만큼 더 높은 온도인 1억도 이상을 유지해야 수소 원소가 합쳐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최근 한국형 인공태양(KSTAR)에서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30초 유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게 장시간 유지되게끔 하고, 전기 생산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KSTAR 연구의 핵심입니다. 수소라는 값싼 무공해 에너지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핵ㆍ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주요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각국 중에서 처음으로 2018년 1억도의 온도를 맞추는 데 성공했고, 유지 시간도 지난해 20초, 올해 30초 등 기록을 깨가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6년까지 300초 벽을 돌파한 후 2040년대에 최초로 발전소 건설 및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전세계 6개국과 함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의 KSTAR가 기본 모델이 되고 있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1억도를 어떻게 올리지?
KSATR는 완전 초전도 토카막(초전도자석으로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밀폐용기) 방식입니다. 1억도의 불꽃을 가둘 수 있는 물질은 이 세상에 없죠. 이에 따라 초전도자석으로 자기장을 발생시킨 후 자기장을 이용해 불꽃을 공중에 띄워 놓는다는 얘기입니다. 온도는 중성입자빔 가열 장치를 사용합니다. 이온 입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서 열을 내고 이를 플라즈마 내부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생긴 것도 가운데가 뚫려 있는 도너츠 모양입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꽈배기처럼 비비 꼬여 있는 '스텔러레이터' 장치가 있습니다. 토카막 방식은 강력한 자기장의 힘으로 플라즈마 용기의 양쪽을 밀봉하는 데, 양쪽 끝의 자기장의 손실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네요. 이에 스텔러레이터 장치는 자기장을 꼬아서 플라즈마 입자가 도넛 모양 트로이드의 안쪽과 바깥쪽을 오가면서 회전하게 되므로, 이탈률을 더 낮출 수 있습니다. 즉 자기장을 일일이 제어하지 않고서도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다는 얘기죠.
윤시우 KSTAR 연구본부장은 "다른 나라들은 1억도 유지 시간이 7~8초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초전도 자석 등의 성능이 매우 뛰어나 2026년까지 300초 이상 유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1억도를 견디는 물질은?
지표면을 녹이고 흐르는 마그마의 온도는 섭씨 1200도, 강철을 녹이는 용광로의 내부 온도도 1500도 남짓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1억도가 넘는 핵융합로의 내부는 어떤 물질로 이뤄져 있을까요? KSTAR의 경우 불꽃이 공중에 떠있기 때문에 융합로 시설이 직접 닿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내부 시설물이 견뎌야 할 온도는 수천도를 훌쩍 넘겠죠.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녹는 점을 가진 원소는 탄소로 약 3642도까지 견딜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KTSAR 내부에는 탄소로 만들어진 디버터(Diverter)가 장착돼 설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의 경우 사용이 누적될 경우 핵융합로의 연료 격인 중수소와 결합돼 메탄 불순물로 전환된다는 단점이 있죠. 촛불처럼 그을음이 발생한다는 얘깁니다.
이에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텅스텐입니다. 텅스텐은 녹는점은 탄소보다 다소 낮은 3422도지만 금속 원소 중에선 가장 높습니다. 또 초고온에서 플라즈마로 부터 쏘아져 나오는 중성자에 의한 손상이 적고 침식 저항성이 높으며, 낮은 방사화 등의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미 세계의 여러 핵융합 장치에서 선택받은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등 7개국이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로(ITER)도 일부를 텅스텐으로 채택했고, 독일의 핵융합장치 ASDEX-업그레이드, 중국의 EAST 등도 마찬가지죠. 한국의 KSTAR도 현재 탄소 디버터 대신 텅스텐 디버터로 교체 중입니다.
텅스텐은 스웨덴어로 '무거운 돌'이라는 뜻이며, 기존에도 우수한 내열성ㆍ적은 열팽창ㆍ낮은 증기압 등의 장점에다 인장강도가 가장 높은 원소로 여러 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백열전구의 필라멘트가 텅스텐 소재죠. 또 다른 금속과 섞으면 엄청난 강도를 자랑해 연마제, 드릴 등 절단기 재료는 물론 초고온ㆍ초고압을 견뎌야 하는 로켓ㆍ미사일의 엔진 노즐, 방사선 차폐제 등에 쓰입니다. 탱크나 대포, 미사일 등 군사용으로도 많이 써 각국은 텅스텐을 전략 물자로 분류해 수출 및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