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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성윤 '황제조사' 공수처, 이성윤 기소한 檢수사팀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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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6일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 및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과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검사들이 주고받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 메신저·쪽지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공수처가 압수수색 영장의 야간 집행을 허가받지 못해 압수수색은 오후 5시40분까지만 진행됐다. 공수처는 당초 이날 계획한 수원지검 정보통신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집행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추후 재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일보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등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관련한 정보통신과(서버) 압수수색에 앞서 청사 1층 로비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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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전 통보한 압색 진행…마무리는 못해



앞서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지난 5월 친여(親與) 성향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연대(사세행)의 고발장을 접수해 성명 불상의 현직 검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해 수사해 왔다. 수원지검이 이성윤 고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한 뒤 이 고검장이 법원으로부터 공소장을 받아보기 전 언론을 통해 공소 사실이 보도됐다는 이유다. 이후 공수처가 손 놓고 있던 6개월 사이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진상조사를 진행해 이미 수원지검 수사팀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낸 사안이다.

최석규 공수처 수사3부장은 지난 23일 오인서 전 수원고검장, 이정섭 전 수원지검 형사3부장(현 대구지검 형사2부장) 등 당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관련 수사·기소에 관여한 전·현직 검사들에 대해 “오는 26일 검찰 내부 통신망 서버가 위치한 대검 정보통신과와 수원지검에서 진행할 압수수색에 참고인 신분으로 참여하라”고 통보했다. 여기엔 임세진 전 평택지청 형사2부장(현 부산지검 공판1부장)과 김모 검사 등 지난 3월 법무부의 직무대리 불승인(파견해제)에 따라 수사 도중 원대 복귀한 검사들까지 포함돼 위법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임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이프로스에 “제가 그분(공수처 부장검사)에게 ‘제가 이 고검장 기소일에는 이미 소속 청인 평택지청으로 복귀해서 수원지검 수사팀에 속해 있지 않았다는 건 아시죠?’라고 물었는데 한참 대답을 못 하더니 ‘수사보고서로 남겨놓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 썼다. 이어 “만약 이 고검장 기소일에 저와 김○○ 검사가 수원지검 수사팀에 속해 있다는 내용의 수사기록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았다면 이는 법원을 기망하여 받은 것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같은 날 “공소장 유출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뿐만 아니라 공소장 작성·검토 등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수사 중인 상태”라며 “허위의 수사 기록으로 법원을 기망하여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검 수사팀과 무관한 한 검사는 “이 고검장 공소장을 검색한 이들이 수십명에 이른다는데 그들의 메신저는 왜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엉뚱한 법 집행에 국민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3월 3일 수원지검으로부터 이 고검장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을 이첩받은 뒤 이 고검장을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로 모셔다 조사하고 조서도 남기지 않았다는 ‘황제조사’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후 수사 여력이 부족하단 이유로 같은 달 12일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며 “수사 후 송치하라”고 요구했으나,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를 거부하고 지난 5월 12일 직접 이 고검장을 기소해 양측엔 앙금이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공수처의 이날 압수수색을 두고 검찰 일각에서는 “치졸하다”(한 검찰 수사관)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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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관련 대검과 수원지검 압수수색을 벌인 26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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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색 대상 수사팀, 공수처 법적 대응 검토



임 부장검사 등 검사 4명은 이날 대검에서 진행된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을 참관했다. 이들은 오는 29일 공수처에 관련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하는 한편, 이와 별개로 공수처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할 계획이다.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기소권은 검찰에 있다. 향후 검찰이 공수처에 대한 수사에 착수, 공수처 검사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설 경우 양측 검사가 서로를 겨누는 전면전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한편, 특정 시민단체의 고발 이후 공수처가 대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수사 패턴이 반복되면서 검찰 구성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공수처 출범 이후 대검 압수수색은 감찰부, 수사정보담당관실, 정보통신과, 검찰총장 부속실 등에 잇달아 이뤄졌다. 이 중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의 ‘윤중천·박관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및 유출 의혹 수사를 제외하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을 포함해 모두 친여 성향 단체 사세행이 고발한 사건이다. 한 검찰 간부는 “공소장의 ‘공’은 ‘드러낼 공(公)’인데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게 왜 범죄가 되느냐”며 “공수처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법조인이 아니라 사세행이 쥐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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