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감염자들 아프리카 관련 확인
홍콩서도 발견…아시아도 비상 대응
공항 봉쇄로 혼란…세계 주가 폭락
남아공 “신속 대응하고도 불이익”
세계보건기구(WHO)가 우려변이로 지목한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유럽·아시아 등지에서 속출하면서 전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각국은 바이러스 발원지로 지목된 남아프리카로 통하는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겨울철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 변이까지 확인되자 화들짝 놀라 봉쇄 조치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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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BBC,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이탈리아, 체코, 네덜란드 등 12개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보건사회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첼름스포드와 노팅엄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두 명 확인됐다며, 이번 감염은 남아프리카 여행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보건당국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네덜란드로 돌아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61명 가운데 13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현지언론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에 따르면 모잠비크에 출장을 갔다가 지난 11일 로마로 돌아온 이탈리아 남성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체코에서 발견된 오미크론 감염자도 나미비아에 머물렀다가 남아프리카와 두바이를 경유해 체코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들은 현재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벨기에와 독일에서도 오미크론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유럽은 아프리카발 여행객 입국 제한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슬로베니아는 “EU 27개 회원국들은 지난 26일 ‘비상 제동’ 조치를 발동하고 남아프리카 7개국으로부터의 여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대상 7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에스와티니, 레소토, 모잠비크,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이다. 영국도 지난 주말 남아공 등 아프리카 10개국을 ‘적색 국가’ 명단에 올리며 자국민을 제외하고 이들 국가로부터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홍콩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오면서 아시아도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남아프리카 인근지역을 방문한 여행객들에 대해 정부 지정 시설에서 10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더 엄격한 격리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필리핀, 태국, 마카오, 홍콩은 오미크론 유입 우려에 남아프리카발 입국을 일시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오미크론 감염자가 한 명, 감염 의심환자가 7명 나온 이스라엘은 대응 수위를 한층 높여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2주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국경을 전면 봉쇄한 나라는 이스라엘이 처음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찾기 위해 대테러 전화 추적 기술도 재도입할 예정이다.
미국과 캐나다도 남아프리카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할 예정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아직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7일 NBC방송에서 “오미크론이 이미 미국에 상륙했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도의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가 이스라엘과 벨기에 등지에서 이미 확인됐다고 하니 결국 전 세계 각지에 퍼질 수밖에 없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파우치 소장 등 전문가들에게 브리핑을 받은 후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면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올 겨울 오미크론으로 인한 대유행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26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남은 병상이 10% 미만이거나 주정부가 따로 지정한 병원의 경우엔 비응급 및 비필수 환자를 거부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오미크론 유입 차단을 위해 세계 각국들이 서둘러 남아프리카와의 연결을 차단하면서 혼란도 잇따랐다. CNN은 26일 아프리카 항공편 입국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여행객들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발이 묶이거나 행선지로 가지 못하고 외국 공항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윌리 월시 총재는 성명을 통해 “현재 각국 정부가 신종 변이 바이러스 위험에 비상대응하는 방식은 여행객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주고 있다”면서 “국경과 공항에서의 봉쇄와 격리 과정에서 여행객들의 안전을 지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증시는 26일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뉴욕증권거래서(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53% 급락하며 지난해 10월28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4% 넘게 폭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0% 넘게 추락했다.
과학계는 남아공 보건당국의 새 변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과거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는 상황을 파악했을 때 이미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진 뒤였다. 반면 이번에는 남아공 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세계가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남아공 연구진은 지난 23일 오미크론이 새 변이임을 확인했고 다음날 그 존재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정식 보고했다. 이어 WHO는 26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새 변이를 우려변이로 지정했다. 하지만 WHO의 발표 직후 세계 각국이 남아프리카 지역과의 항공편을 동시다발로 중단했다. 이에 남아공에서는 모범적인 조치를 하고도 오히려 피해를 본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남아공 외교부는 27일 성명을 통해 “남아공이 오미크론의 발견으로 벌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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