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추이/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신용대출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약속한 목표치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인터넷은행들은 결과는 실패여도 '성공적인 실패'라고 역설한다. 신사업 인·허가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각각 20.8%, 21.5%, 34.9%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추이를 보면 불가능해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분기별로 현황을 공시하는데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13.4%, 케이뱅크 13.7% 수준이다. 출범하자마자 가계대출 규제로 영업을 못하게 된 토스뱅크는 논외가 됐다.
다음달 중신용대출이 폭증하지 않는 한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부터 고신용대출 문을 걸어잠그는 초강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월별로 1%대 증가하는 데 그쳤다. 8월 말 12.3%, 9월 말 13.4%, 10월 말 14.6% 등이다. 더욱이 케이뱅크는 분기를 지날수록 비중이 감소하는 상황을 맞았다. 1분기엔 18.2%였는데 2분기 15.5%, 3분기 13.7%로 계속해서 줄었다.
2017년 출범 후 4년간 중신용대출 확대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목표를 세워 추진하다 보니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5월 말 대책을 발표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이 목표치를 적어내면서 관리가 본격화됐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맞물려 계획이 꼬인 면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신용대출 확대를 위한 노력과 성과를 속속 자료로 만들어 뿌렸다. 분기 공시만 해도 되지만 다분히 금융당국을 의식해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 확대 계획 이행여부를 신사업 인·허가 심사 때 감안하기로 했다. 중금리대출에 소홀한 경우 다른 신사업을 추진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정량평가에 따른 패널티를 주는 방식보다는 질적 판단요소로 감안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뱅크는 2금융권 고객을 품는 은행이 된 점을 어필했다. 이날 자료에서 2금융권 대출을 쓰던 소비자가 카카오뱅크로 넘어와 신용점수가 올랐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뱅크에서 중신용대출을 받기 전 2금융권 대출을 쓰던 고객 10명 중 6명은 카뱅의 대출금 전부 혹은 일부를 고금리 대출 상환에 썼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신용점수가 7~30점 올랐다. 이자 부담도 줄었다. 은행이 아닌 곳에서 12~15% 금리로 대출을 받던 이들은 카카오뱅크에서 5.7%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을 받은 후에도 2금융권 대출을 유지한 고객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중신용대출의 공급 규모가 늘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지난해 1~10월 공급액은 2208억원이었는데 올해는 같은기간 4650억원을 기록해 2.1배가량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분기별로 공시를 할 때도 목표 달성을 위한 추진 방안을 공개하고 금융당국은 그 내용을 살펴본다"며 "최근 자체적인 발표가 이어진 건 당국이 이런 부분을 감안해 달라는 호소"라고 했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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