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중국은 왜 화성 탐사 정보를 꼭꼭 숨기고 있나?[과학을읽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사진출처=중국과학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중국이 화성 탐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대부분 미공개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5월 화성 표면 착륙에 성공한 로버 '주룽'을 통해 상당한 탐사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태 두 차례 찔끔찔끔 소량만 공개한 상태다. 국제 과학계에선 중국이 사상 처음 지구외 행성 표면 탐사를 하는 터라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부터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는 지적까지 내놓으면서 빠른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경험있는 과학자들이 함께 연구해야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산하 국립천문대는 지난 9월부터 주룽과 화성 궤도 위성 톈원1호가 카메라, 레이더, 기후 센서, 레이저 측정기 등을 통해 수집해 지구로 보내온 200기가바이트 가량의 정보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톈원1호는 지난 2월에 화성 궤도에 도착한 후 5월 주룽을 '유토피아 평원'으로 이름 붙여진 넓은 분지에 착륙시켰었다.

주룽은 당초 3개월 정도 작동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4개월 넘게 활동하면서 1000m 이상을 이동하면서 흥미로운 지형 지물을 탐사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주룽이 보내온 몇몇 표면 사진에는 과거 물이 흘렀던 흔적으로 볼 수 있는 퇴적물이나 진흙 화산(땅 속의 가스가 분출 솟아나온 진흙이 쌓인 언덕)을 찍은 것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화성이 태양 뒤에 놓이면서 통신이 불가능해지자 잠시 활동을 중단하긴 했지만 10월부터 다시 전원을 켠 후 고대 바다의 해변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200m 추가로 더 이동하기도 했다.

주룽은 착륙후 항법장치에 부착된 카메라로 화성 표면을 촬영해 왔다. 기온ㆍ대기압ㆍ풍속 등에 대한 기후 데이터도 수집해왔다. 또 레이저 분석기를 이용해 암석, 토양, 모래 언덕의 화학 성분을 분석했고, 100m 깊이의 땅 속을 탐지할 수 있는 지하관측레이더(GPR)을 이용해 지표면 아래를 조사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중국 화성 궤도 위성 '톈원1호'가 찍은 탐사 로버 '주룽'의 화성 착륙 장면. 사진 출처=중국과학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국가우주국(CNSA) 측은 탐사 성과를 공개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지난 8월과 9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약간의 사진과 정보를 분석해 공개하긴 했다. 지난 8월 톈원1호가 주룽이 착륙한 곳을 찍은 고해상도의 사진을 공개했다. 9월 말에는 주룽의 바퀴에 부착된 장비를 통해 수집된 사진과 마찰 관련 정보였다. 이 정보는 주룽이 착륙한 장소의 표면이 마치 지구의 사막처럼 가는 모래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소수의 직접 참여 과학자들에게만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 국제 과학계 및 일반 대중들에게 데이터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사상 처음'이라 서투른데다 기계적으로 형성된 노이즈를 제거하고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하느라 공개가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루 판 코펜하겐대 교수는 네이처에 "중국이 다른 행성의 표면을 탐사하는 것은 이번이 첫번째이기 때문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최근 탐사에 비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상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NASA의 화성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의 경우 주요 탐사 장비를 맡은 팀들이 각각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빠른 수집과 분석, 공개가 가능하다. 반면 중국의 경우 주룽과 톈원1호에 장착된 각종 장비에 의해 수집된 모든 데이터들은 해당 임무와 관련된 과학자들이 접근하기 전에 CNSA의 손을 거쳐야 한다. 호주 브리즈번 소재 퀸즈랜드 공과대의 데이비드 플래너리 교수는 "중국의 데이터 관리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 때문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배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SA 측은 조만간 국제 과학계 및 일반 대중들에게 화성 탐사 결과 수집된 데이터들을 더 많이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너리 교수는 "화성은 독특한 곳이며, 과학자들은 과거에 많은 암석들을 본 만큼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SA는 또 탐사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중이다. 주룽은 NASA가 발사했던 다른 화성 로버들의 사례로 볼 때 앞으로 수년간 더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톈원1호도 지난 11월 궤도를 수정해 주룽과 지구와의 통신 중계 뿐만 아니라 자체 화성 관측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CNSA는 최근 유럽우주청(ESA)와 함께 ESA가 화성 궤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위성을 주룽과 지구와의 통신에 활용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시험하기도 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