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이 남아공에서 델타 변이를 추월해 우세종이 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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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최초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빠르게 추월해 이미 우세종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강한 전염력, 약한 증상’으로 진화돼 감기처럼 바뀐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제기되지만, 신중론자들은 “코로나19는 알파·델타로 진화할수록 증상도 심화됐다. 섣불리 예단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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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지난달 샘플 74%가 오미크론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과학자들이 오미크론 샘플을 최초 채취(지난달 9일)한지 한 달도 채 안 돼 오미크론이 남아공 표본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한 코로나19 샘플 249개 중 74%가 오미크론 변이였다고 밝혔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남아공 신규 확진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일 신규 확진자 수는 8561명으로 전날(4373명) 대비 2배, 그 전날(2273명)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앞서 남아공의 대표적인 전염병 학자인 살림 압둘 카림 교수는 주말까지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만 명으로 늘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예정된 공연과 행사들도 속속 취소됐다. 남아공 12학년(한국의 고3) 학생들이 대학 입학시험을 마치고 가는 밸리토레이지 축제도 취소됐다. 축제 참가자 가운데 36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서다. 이들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의 한 대학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세포의 모습을 염색해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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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오미크론 증상 가운데 주목할 점은 ‘높은 유아 감염률’이다. 남아공 NICD는 지난달 14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츠와네 지역에서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452명 중 2세 미만 영아가 52명이었다. 다른 연령대보다 입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 0~4세 연령대의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29%가 중증 질환을 앓고 있고, 이 연령대 입원 환자 중 1%가 사망했다. 4세 이하 유아의 위중증 비율은 60세 이상 고연령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대와 유사했다. 이에 대해 NICD의 임상생물학자 앤 본 고트버그 교수는 “영유아의 코로나19 감염률 증가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오미크론이 직접적 원인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한 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유아의 콧속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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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된 것" VS "코로나는 진화 때마다 강해져"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보다 강할 수 있다는 데는 의견이 모아지지만, 증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은 높지만 증상은 약해지는 변이일 경우, 코로나19의 종식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까지 제기됐다.
독일의 차기 보건부 장관 후보인 칼 로터바흐 사회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오미크론은 스파이크 단백질 내부에 돌연변이 32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감염에는 최적화된 것이지만 증상은 완화된 것일 수 있다”며 “대다수의 호흡기질환이 진화되는 방식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감기처럼 치명률은 낮아지면서 전파력이 강한 풍토병으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다.
프랑스 파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한 남자가 크리스마스 조명 밑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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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질병발병 분석 및 모델링그룹 책임자인 닐 퍼거슨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가벼운 증상으로 진화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초기에 전파 제한을 위한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가디언에 따르면 퍼거슨 교수는 “과거 일부 바이러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약해지는 방식으로 진화했지만, 모든 바이러스가 항상 그런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코로나19는 심각성 상쇄가 아닌 심화 방향으로 진화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종인 알파와 델타 변이가 초기 버전보다 훨씬 심각한 증상을 일으켰다”고 강조하며 근거 없는 낙관론에 대해 경고했다.
퍼거슨 교수는 “오미크론의 증상과 백신 효과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까지 최소 3~4주가 걸릴 것”이라며 “이달 말 명확한 그림이 나올 때까지 오미크론에 대해 예단하지 말고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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