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오미크론' 초비상…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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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종 '오미크론'이 등장해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오미크론에 대해 인류가 파악하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현재 델타 변종 등 다른 변이들보다 훨씬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확인되고 있다. 수많은 돌연변이를 거친 코로나 바이러스가 항체에 대한 '완전한' 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그렇다고 백신 접종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증 전환을 막는 등 여전히 접종의 필요성이 있으며 치명률의 경우 좀 더 상황을 지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델타보다 3~6배 빠르다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현재 감염병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오미크론 변종의 빠른 확산세다. 오미크론 변종을 처음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지난 1일 기준 하루 8561명의 신규 감염자가 확인됐는데, 이는 지난달 26일 3402명에 비해 두배가 넘은 수치다. 주로 수도 요하네스버그 근처 가우텡주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감염자 1명당 대비 신규 환자 발생 규모를 의미하는 감염재생산지수가 2를 훨씬 넘고 있다. 지난해 초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이후 처음이다. 지난 9월 델타 변종 확산시에도 1 미만이었다가 오미크론 변종 등장 이후 감염자가 폭증했다. 톰 웬슬리어스 벨기에 루벤 카톨릭대 교수는 네이처에 "오미크론 변종이 같은 시간 내에 델타 변종 보다 3~6배의 사람들을 더 많이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내 다른 지역과 세계 각 국가로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살펴 보면서 오미크론 변종의 전파력을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알트하우스 스위스 베른대 교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가 다른 나라에서도 반복된다면 오미크론이 뛰어난 전파력을 갖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예를 들어 유럽에서 급속한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상황이 좀 더 복잡해질 것이며 (전파 속도가) 환경에 크게 의존한다는 의미로 지금은 기다려야 봐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처는 영국에서도 오미크론 변종의 급속 확산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검사 결과 통계를 보면 비록 아직 적은 숫자지만 오미크론 변종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는 예비 징후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알트하우스 교수는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절대로 보고 싶어할 상황은 아니지만 오미크론이 영국에서도 급속히 전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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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회피력을 획득했나?
오미크론 변종이 남아프리카에서 급속히 확산된 것은 항체에 대한 회피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컨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율은 약 25%에 불과하지만 팬데믹 초기 사망률이 급등했던 것을 감한할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규모로 감염됐다가 회복돼 항체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은 오미크론 변종이 면역 회피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전염병연구소(NICD)가 펴낸 사전보고서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내에서 오미크론 변종이 등장한 후 재감염율이 치솟고 있다. 이는 오미크론변종이 백신 접종 완료율이 높은 곳에서도 전파돼 우세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요하네스버그 소재 위트워터스란트 대학의 페니 무어 교수 연구팀은 오미크론 변종이 항체 중화 능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 지에 대해 집중 연구 중이다. 이 연구팀은 특히 오미크론 변종처럼 32개의 스파이크 단백질 변화를 갖고 있는 '가상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더반 소재 아프리카보건연구소 연구팀도 살아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용해 항체 중화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종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를 확인해 보니 (강한 전파력에 대해) 매우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선 연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하는 수단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심할 수록 항체 회피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지난 9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뉴욕시 소재 록펠러대 연구팀은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항체에 완벽한 내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었다. 독성이 제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오미크론 변종처럼 스파이크 단백질의 다중 변이를 일으킨 다음 실험을 했더니 mRNA 방식의 백신 접종자 또는 회복 환자가 보유한 항체에 완전한 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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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은 맞아야
그러나 오미크론 변종이 면역 회피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백신이나 감염 후 생성된 항체들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호주 시드니 소재 사우스웨일스대의 마일스 대븐포트 교수는 네이처에 "그동안의 연구 결과는 항체가 일부 중화되더라도 코로나19 중증을 예방해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일부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종이 인체의 주요 면역 체계인 T-세포 및 다른 면역 체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종이 이전 변이들보다 확산 속도는 빠를 수 있지만 인체의 다른 면역 체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적어 치명률은 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샤비르 마드히 위트워터스란트대 교수는 "지난해 베타 변종이 확산됐을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프리카에서도 어느 정도의 감염 보호력과 중증 전환율 감소 등의 역할을 수행했고 캐나다에선 입원 비율을 80%나 낮춘 적이 있다"면서 "만약 오미크론 변종도 비슷한 상황을 초래한다면 신규ㆍ돌파ㆍ재감염이 급증할 수 있지만 입원 환자 비율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초기 오미크론 변종 감염자 중 돌파 감염자들은 대부분 경증에 그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오미크론 변종의 등장은 미국, 영국 등 부유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3차 접종(부스터 샷)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스터 샷이 오미크론 변종 대응에 얼마 효과적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폴 비에니아즈 록펠러대 교수는 "3차 접종은 항체를 늘려 오미크론 변종의 회피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을 성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접종이나 감염을 통해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은 오미크론 변종을 중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 오미크론 변종의 위력은?
아직까지 오미크론 변종에 감염된 환자들은 대부분 경증 또는 무증상을 보이고 있어 이전 변종들에 비해 사망자 수가 급증할 우려는 적을 수 있다는 희망적 전망도 있다. 과거 1910년대 세계를 휩쓸었던 스페인 독감 등이 3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전파력은 강해졌지만 치명률은 약해지면서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던 사례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는 입장이다. 실제 남아프리카에서 보고된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노인들에게 심각한 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에서 확인되는 오미크론 변종 감염 사례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더 큰 표본이 확보되어야 초기 보고서의 결론이 일반화될 수 있다. 특히 오미크론 변종의 치명률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연령, 백신 접종 여부, 건강 상태, 경제력 등 중요한 요소들이 통제된 두 개의 그룹을 동시에 놓고 비교 연구하는 정밀한 연구를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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