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호텔에서 '의무 격리' 하고 있는 아프리카발 입국자들이 공개한 한 끼 식단.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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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자연재해와 인재(人災)는 구분하기 힘들다. 인간이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작은 재해가 인간의 실수 때문에 큰 재앙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고 있는 영국도 그렇다.
영국의 입국자 격리 조치가 때 아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아프리카 6개국을 ‘레드 리스트(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한 후폭풍이다. '레드 리스트' 나라에서 입국한 여행객은 열흘 동안 호텔에서 의무 격리하도록 했는데, ‘인권 침해’와 '고액 호텔비'가 논란이 됐다.
7일 영국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오웬 핸콕과 에밀리 메니 커플은 지난달 남아공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오미크론 변이에 발이 묶였다. 출국할 때만 해도 남아공은 여행이 허용되는 ‘그린 리스트’ 국가로, 입국 후 의무 격리가 면제였다. 그런데 귀국 전날 남아공이 레드 리스트에 오르면서 일정이 꼬였다.
어렵사리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열흘 동안 호텔에 격리됐고 2인 격리 비용 4000파운드(약 625만원) 청구서까지 받게 됐다. 이들은 정부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격리 조치는 ‘불법적 자유 박탈’이라며 이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온라인 청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우리가 영국을 떠날 때만 해도 호텔 격리는 의무가 아니었다.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사전 통보 없는 조치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니 정부가 지원하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4만명 이상이 동참한 상태다.
문제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격리 프로세스는 미흡하고, 서비스는 엉망이라는 것이다. 입국자들에 따르면 공항에서 호텔에 들어가려면 평균 6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한 입국자는 “공항에서 차로 30초면 갈 거리를 6시간을 기다렸다”며 “환기도 안 되는 만원 버스에 수 시간 동안 무방비로 방치됐다”고 토로했다.
부실 식단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호텔 격리자들이 SNS에 올린 식단을 보면 작은 머핀, 구운 콩, 작은 사과가 전부다. 호텔 격리는 했던 한 부부는 “끔찍한 경험”이라며 “정부의 격리 조치에 반대하지 않는 건 아니나 비용과 과정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를 상대로 한 입국자 의무 격리 조치에 대한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영국 정부는 사과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는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일이었다. 오미크론과 같은 새 변이의 위험에 방어하기 위해 모든 필수적인 검사 조치가 강화된 것”이라며 “국경에서의 엄격한 조치와 호텔 의무 격리 조치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승객들이 체크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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