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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미접종자들 “정부가 백신 신뢰 못 준 게 가장 큰 문제” [방역패스 논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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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접종자들에게 ‘방역패스’에 대한 생각 물었더니…

“사실상 사회에서 배제…미접종자 동정 시선 여전”

“치료 필요한 부작용도…백신 피해자들 어떡하나”

“정부가 더 투명하게 정보 제공했어야”

헤럴드경제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도서관에 부착된 방역 패스 시행 관련 안내문.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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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국민 백신접종 완료율이 이달 80%를 넘었지만 우리 곁엔 약 1000만명의 미접종자가 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일평균 확진자가 5000명대까지 치솟고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까지 나오자 정부는 지난 6일 본격적으로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방역패스는 부당한 차별이라기보다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자 “미접종자 보호 조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접종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정부가 방역패스로 사실상 미접종자들을 사회에서 배제시켰다”며 “정부가 백신에 대한 신뢰를 못 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7일 헤럴드경제는 미접종자들을 만나 이들이 바라보는 방역패스 논란과 미접종 이유를 들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백신접종을 할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천식과 소염진통제 알레르기가 있는 기저질환자인 데다 갑자기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하게 되면서 미접종을 결정했다.

A씨는 위드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때도 갔던 헬스장을 못 가게 됐다. 그는 “회사는 나가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과 동행에서는 사실상 이전보다 배제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점심 먹자, 차 한잔 하자고 하면 상황에 따라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미접종자는 한 명까지 모임에 포함 가능하니, 참석하게 되면 결국 미접종자인 게 다 드러난다. 왜 안 맞는지를 설명하면 ‘너 건강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하는 동정 어린 시선이 느껴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백신 강요로 느껴져” “전체주의적”경기도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B(31)씨는 “백신 성분으로 인한 알레르기가 우려돼 맞지 않았다”고 미접종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미접종자가 이유 없이 백신을 안 맞는 게 아닌데도, 방역패스는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려면 백신을 맞으라’는 강요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못하고 있는 부작용과 인과성 증명을 의사에게 가서 소견서로 받으라는 게 책임 돌리기 아니냐”며 “정말 어디까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수치나 정보는 충분히 주지 않아 신뢰를 못 줬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강남구에 거주하는 40대 학부모 C씨는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 안 맞았다”고 일갈했다. 정부에서 60~70% 맞으면 종식될 것처럼 말했지만 확진자도 100배 가까이 되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도 나왔다. 이 상황에서 방역패스로 접종을 강요하는 건 전체주의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안 맞았지만 정말 만에 하나 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앞으로도 미접종할 것”이라고 했다.

“백신 피해자, 목숨 걸고 2차 접종 받아야”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의 김두경 회장도 미접종자다. 그는 “1차 접종 이후 몸에 마비가 왔던 아들이 지금 병원을 다니질 못해 체육관 같은 시설에서 재활치료를 한다. 방역패스를 강행할 경우 ‘재활하려면 목숨 걸고 2차 접종을 맞으라’는 얘기로 들린다”고 했다.

이승희 코백회 사무국장은 미접종자들의 결정에는 정부의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고 했다. 그는 “접종 이후 가족을 잃거나 집안이 무너지는 걸 본 사람들이 어떻게 맞을 수 있겠냐”며 “피해 사례에 대해 정당한 설명과 사과 없이 방역패스를 확대하는 건 책임 없는 정부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0시 기준 전체 38만5775건의 이상 반응이 신고됐고 이 중 사망 신고는 939명이었다. 아나필락시스 의심은 1525건, 주요 이상 반응 1만11442건이었다. 이 중 정부가 인과성을 인정한 사례는 지난달 26일 0시 기준 아나필락시스 533건, 혈전증 3건, 심근염·심낭염 242건, 길랭-바레 증후군 15건이다. 사망사례는 각각 혈소판감소성혈전증과 급성심근염으로 인한 2건이다.

미접종자들은 백신과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하며 균형 잡힌 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씨는 “코로나 초기, 확진자라는 이유로 직장에 잘렸던 사람도 있지 않나. 지금 보면 우리가 잘 몰라서 사람을 낙인 찍었던 경험”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모든 인과관계를 책임질 수는 없더라도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부스터샷 거부자도 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우려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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