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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특별기고] 사무장병원 근절,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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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기세다. 또다시 의료진의 헌신, 국민의 협력, 건강보험의 뒷받침이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시기에 건강보험 재정 안정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우리 건강보험은 각계의 진통을 거쳐 1989년 7월 1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후 30여년 전 세계가 부러워할 국민건강보험제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간 건강보험의 재정을 위협하는 요소도 다양해져 한둘이 아니다. 특히 ‘사무장병원’의 폐해는 심각하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인으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불법으로 의료인 명의를 빌려 개설, 운영하는 병원을 말한다. 최근 적발된 대표적 사무장병원 사건을 들여다보자. 비의료인인 병원 이사장은 불필요한 비급여진료는 물론 각종 검사와 진료를 남발해 건강보험급여를 타 갔다. 또 환자를 유치한 직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그저 수익만 추구하는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번 돈으로 근무도 하지 않는 아내와 딸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아들의 결혼비용으로 사용한 행위가 적발됐다. 기가 찰 노릇이다.

2018년 화재로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의 한 병원 역시 사무장병원이었다. 환자치료보다는 수익에만 몰두해 장기 입원, 과잉 진료를 일삼았다. 적정시설·인력 확보에는 신경 쓰지 않아 일어난 인재였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사무장병원 적발로 환수 결정한 금액이 1632곳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실제 징수된 금액은 환수결정액의 5.3% 정도인 1871억원에 그쳤다. 환수결정액 대비 환수금액이 이처럼 형편없이 적은 것은 왜일까? 건강보험재정을 좀먹는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는 방법은 대체 없는 것일까?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는 업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다. 그런데 공단에는 수사권이 없다. 조사 후 수사기관에 다시 수사를 의뢰해야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사권이 없으니 계좌추적도 불가능하다. 계좌 불법 개설 정황을 파악했다 하더라도 검찰·경찰의 수사결과를 장기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수사는 증거확보를 위한 신속성과 과단성이 그 생명이다. 사무장병원은 그사이 폐업하거나 계좌 불법 개설자는 잠적, 재산을 은닉해버린다. 공단 자체 단속의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특별사법경찰권’을 공단에 부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을 담보로 한 사무장병원은 결국 정부의 감시·감독 소홀로 발생한다. 사실 이는 전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일이다. 사무장병원의 폐해가 더 커지기 전에 특별사업경찰권 부여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건강보험료는 매년 인상되는데, 한쪽에선 이렇게 재정이 줄줄 새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료가 타당하게 부과되는 지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을 보호받을 권리가 제대로 실현될 때 국민은 건강보험제도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게 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를 미뤄서는 안 될 일이 됐다.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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