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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fn사설] 노동개혁 외면하고 노동이사제만 강행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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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사문화에 부적합
기업들 옥죄는 법만 양산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8일 여당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을 중단해달라는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경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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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막무가내 입법에 경영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이 제도가 초래할 문제점를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며 입법을 즉각 중단하라는 공동 입장문을 8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별도 성명을 통해 국민적 합의가 먼저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 의결권을 갖고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 대선 공약으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재계·야당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커 별다른 결실을 거두진 못했다. 당초 정부는 노동이사제를 공공에서 먼저 도입한 뒤 민간으로 확대시킬 계획이었다. 현재 이재명 대선 후보도 마찬가지 구상이다.

경영계는 유럽에서도 비판이 많았던 이 제도가 우리나라 노사 환경과 맞지 않다고 걱정한다. 한국 같은 대립적인 노사관계에선 사사건건 의견 충돌로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경영의 투명성과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보다 노사 갈등, 이사회 파행이 더 걱정스러운 것이다.

노동이사제는 독일에서 유래해 1970년대 유럽 여러 나라로 확산됐다. 사회적 시장경제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 가깝기 때문에 이 제도 자체가 우리 사회에 적합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첨예한 반대 의견이 있는데도 여당이 여론을 건너뛰고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대선을 앞둔 노동계 표심 잡기로밖에 안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2일 한국노총 지도부와 만나 노동이사제를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후 민주당을 앞세워 속도전을 펴고 있다. 야당에서 '이재명 하명법'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당연히 거쳐야 하는 의견수렴 과정이 무시당한 것에 대해 노동이사제에 찬성해온 정의당, 기본소득당 의원들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지경이다.

정부·여당은 경영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노동개혁 과제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유연시간근로제, 부당노동행위 근절, 파견근로 확대 등 경영계의 절박한 요구에 꿈쩍않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 근간을 해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 근로제 확대 등은 강행했다. 그리고 이제 또 노동이사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의 미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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