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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일본 외무상의 '이매진' 연주와 한국 외교장관의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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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일본 외무상 피아노 연주에 박수치는 정의용 외교장관
(리버풀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리버풀에서 12월 11일(현지시간)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 장관회의에 참석한 하야시 요시마사(왼쪽에서 두 번째) 일본 외무상이 비틀스 스토리 뮤지엄에서 만찬을 하기 전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의 피아노 복제품으로 그의 명곡 '이매진'을 연주하자 정의용(오른쪽) 외교장관이 손뼉을 치고 있다. 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만찬장에서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2021.12.13 sungok@yna.co.kr


(리버풀[영국]=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걸 상상해봐. "

전설적인 영국 록 밴드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Imagine)의 한 대목이다.

레넌은 무엇을 위해 죽거나 죽일 필요가 없는 세상, 탐욕도 굶주림도 없는 세상을 노래했다.

이매진을 부른 레넌이 활동했던 비틀스의 고향 영국 리버풀에서 11일(현지시간) 밤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이 '이매진'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한국 정의용 외교장관이 이를 지켜보며 환하게 미소 짓고 손뼉을 쳤다.

이 장면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만찬을 취재한 풀 기자의 사진에 담겼다.

동석한 외교장관들이 다들 매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는데 마침 정 장관이 사진 가장 앞쪽에 찍혀서 부각됐다.

사진에는 하야시 외무상이 레넌의 피아노 복제품 앞에 앉아 이매진을 연주하자 장관들이 손뼉을 쳤다는 설명이 붙었는데 일본 언론에서는 정 장관을 찍어서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G7과 한국·호주 등 초청국 외교장관들은 회의장 근처에 있는 비틀스 스토리 뮤지엄에서 만찬을 하기 전에 전시를 둘러봤다.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언론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피아노를 쳐봐도 된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3분의 1 정도 연주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취재한 사진기자에게 물어보니 "전문가는 아니지만 하야시 외무상이 연주를 잘했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의회에서 밴드를 결성해서 기타와 키보드를 연주했다.

일본 언론은 하야시 외무상이 비틀스로 영어를 배웠다고 할 정도라고 전하고 의회 밴드에서 '이매진'을 연주하는 예전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의 이웃나라인 일본의 외무상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면 우리 외교장관이 대환영하며 손뼉을 치는 것은 당연하고 춤도 춰 줄 일이다.

그런데 이 만찬 후에 나온 일본 측의 입장은 '이매진'과는 분위기가 확 달랐다.

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언론은 하야시 외무상이 정 장관을 처음 만나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정 장관의 제안으로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눴는데 이 자리에서 징용 피해자 및 위안부 문제 등 양국 간 쟁점 현안과 관련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한 달여 전 취임한 뒤 아직 정 장관과 만나기는커녕 전화통화도 안 한 상태였다. 정 장관은 취임 축하서한을 보냈다.

우리 측의 설명은 일본 언론 보도와는 결이 다르다.

이번 만남은 리셉션과 만찬에 함께 참석하며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고 대화의 톤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외교부는 두 장관이 한일관계를 잘 발전시키기 위해 외교 당국간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이 입장을 낼 때 일본 국내 여론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만찬은 장관들만 단촐하게 참석하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아는 것은 둘 뿐이다.

부디 하야시 외무상이 '이매진'을 연주할 때 존 레넌의 노래에 마음 깊이 공감했기를 소망한다. 레넌이 꿈꾸었듯이 양 국민이 함께 평화롭게 지내는 세상을 만드는 데 외무수장으로서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기를.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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