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최대치가 7만 명 수준인데 '연말 100만 명' 예측까지 나와
경각심 높였지만 불확실성 많은 가운데 추정 배경 제대로 설명 못 해 '또 소통 실패' 지적도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 © AFP=뉴스1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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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전국에서 하루 약 20만 명이 오미크론에 걸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3일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이 의회에서 한 발언은 전국에 TV로 중계돼 큰 충격을 안겼다. 같은 날 영국보건안전청(HSA)이 발표한 신규 확진자 수는 5만4661명명. 전체 코로나 확진자의 4배가 오미크론에 걸리고 있다는 말은 어디서 나온 걸까.
영국 일간 가디언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HSA에 따르면 12일까지 영국의 오미크론 누적 확진자 수는 4713명이었는데, 이는 정확한 수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스트앵글리아대 폴 헌터 교수에 따르면 바이러스 시퀀싱은 2주가 소요되는데, 이는 HSA가 발표한 4713명이란 수치는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는 의미다.
오미크론 확진자 수를 추정하는 또 다른 방법은 '에스(S) 유전자탈락기법'이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S유전자탈락이 일어나면 오미크론 감염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매일 발표되는 신규 확진자 수는 증상이 발현해 검사를 받는 시차를 감안하면 일주일 정도 전에 감염된 사람들로 미루어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영국에서 실시된 코로나 감염자 표본 조사의 S유전자 탈락률이 20%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 전 오미크론 감염자는 약 1만1000명이란 얘기다.
특히 PCR 검사만으로 모든 감염자를 확인할 수 없고, 모든 감염자가 코로나 검진을 받는 것도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감염 수치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게 HSA의 분석이다. 이에 국가통계청(ONS)은 정기적으로 전체 인구에서 무작위 샘플을 추려 특정 시점의 전체 코로나 감염 비중을 추산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조사였던 지난 7일 델타 감염자는 약 7만8000명, 오미크론 감염자는 약 2만3000명으로 추산됐다. 오미크론 감염이 매 이틀 꼴로 2배씩 증가한다는 점에 기초, 13일에는 이미 20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HSA는 추산했다.
아울러 HSA는 오미크론이 지금 같은 속도로 확산하면, 연말 어느 시점에는 매일 100만 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HSA 수석의료고문 수잔 홉킨스 박사는 지난 14일 의회 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해 "연말이면 영국의 오미크론 일일 확진자 수가 1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날(15일) 영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7만여 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그의 10배가 훌쩍 넘는 이 예측치는 다소 과장돼 보이기도 한다.
수학적 모델링이 아닌, 사회행동패턴 분석에 기반한 예측이 적중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이전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인한 티(T) 세포의 중증·사망 예방 기능 등이 정확히 밝혀지니 않은 데다, 부스터샷 접종도 이뤄지는 등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워릭대 매트 킬링 교수는 "더블링이 유지된다면 우리는 집단 면역에 이를 것이지만, 감염은 영원이 더블링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킬링 교수는 "감염되는 사람 숫자는 한정되기 마련이며, 결국 오미크론 발병도 어느 순간 알아서 수그러든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을 이미 감염시킨 뒤에야 그렇게 될 것이고, 우리는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 걸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자비드 장관의 발언은 영국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률이 81%에 달하는 영국의 오미크론 감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는 다른 나라들에도 경각심을 줬다"면서도 전문가 발언을 인용, "발언의 목적은 끔찍한 추정치를 공개해서라도 국민적 경각심을 높여 백신 접종 속도를 내려는 데 있었겠지만, 팬데믹 기간 줄곧 소통 실패로 많은 비판을 받아온 영국 정부가 추정치 도달 경위를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케임브리지대 데이비드 스피겔홀터 통계학 교수는 "숫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수치를 가지고 어떻게 소통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변이 감염이 상당하고, 앞으로 상황이 악화할 것이며, 수백 만 명이 걸리고 있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그런 걸 설명하는 건 타당한 메시지"라면서도 "숫자의 정확도는 또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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