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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6개월새 5번 바뀐 등교지침, 학부모·교사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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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없어 예측불가

전면등교→전면원격→부분등교→전면등교→부분등교…

초등생 학부모 “직장일 못할지경”, 교사들도 “학사일정 짜다 날샌다”

“차라리 백신 맞히고 학원 보내자” 12~17세 청소년 1차 접종 58%

조선일보

경남 지역 초·중·고 조기 방학 - 17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한 초등학교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조기 방학식을 치른 학생들이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최근 코로나가 확산하자 전날 경남 지역 초·중·고에 조기 방학을 적극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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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수도권 초·중·고교의 전면 등교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작 이후 약 한 달 만에 중단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오락가락 정부 방역에 아이들 피해만 커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위드 코로나 후 최근까지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데도 교육부는 “전면 등교 방침은 바뀐 게 없다”고 하다가 지난 16일 정부가 방역을 강화하자 곧바로 말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또 학원·스터디카페 등은 방역 취약 시설이라며 내년 2월부터 방역 패스를 적용하겠다더니 이번 비상조치 때는 학원은 쏙 빼놔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와 관련한 정부 방역 지침이 너무 자주 바뀌어 이제는 믿기가 어려울 지경”이라는 반응이 많다. 교육부는 지난 6월 20일 “2학기 시작과 동시에 전면 등교를 하겠다”고 했었다. “1학기 분석 결과 등교율과 학생 확진자 수 사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7월 확진자 수가 치솟자 수도권에선 전면 등교 대신 원격 수업을 도입했다.

9월 이후 교육부는 등교 비중을 높여오다 11월 22일에야 전국적으로 전면 등교를 실시했다. 그 뒤 전국에서 매일 4600명(11월 마지막 주 기준) 가까이 확진자가 발생하는 와중에도 정부는 “후퇴는 없다”고 했다. 지난 1일 교육부는 “코로나 비상계획을 발동해도 일단 전면 등교 원칙은 유지된다”고 했다. 하지만 발표 후 보름 만인 이번에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초등학교는 겨울방학 전까지 다른 지역보다 더 온라인 수업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원칙 없는 행정이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초3 학생을 둔 송모(52)씨는 “정부 관계자가 방역에 대해 한마디 할 때마다 등교 일정이 바뀌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다”며 “전면 등교를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코로나 검사도 여러 번 받았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시켜 놓고 이제 와서 철회라니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직장을 다니며 초등 5학년 딸을 키우는 김모(46)씨는 “겨울방학이 1주일도 안 남았는데 원격 수업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리 계획됐다면 딸 원격 수업 시기에 맞춰 회사에 연차라도 쓸 수 있었을 텐데 딸을 누가 돌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학부모들 중에는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도 전면 등교가 어려워 보인다”며 자녀에게 백신을 맞혀 내년 2월 방역 패스가 적용되는 학원이라도 편하게 보내는 게 낫다고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7일 기준 12~17세 청소년의 57.8%가 1차 접종을 마쳤다. 지난 13일엔 청소년 4만1914명이 백신 예약을 해 지난달에 비해 3배 이상 예약자가 증가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김수진 상임대표는 “이건 학생을 위하는 정책이 아니라 급한 불만 꺼서 면피하는 정책”이라며 “코로나 2년간 교육부는 전면 등교와 원격 수업 중 아이들을 위한 게 뭔지도 모른 채 정부 지시나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혼란이 심하다. 최근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해오던 교사들은 갑자기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느라 분주하다. 서울의 한 중등 교사 김모(55)씨는 “전면 등교를 하다가 3분의 2씩 등교를 하게 되면 남은 일정에 따라 어떤 학년을 언제 등교시킬지 학사 일정을 다시 짜야 해 교사들도 힘들다”고 했다.

이번에 등교는 줄이면서 학원 등 사설 교육 기관에 대해선 별도로 추가 방역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모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2월부터 학원 등 교육 시설에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는 방역 패스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부겸 총리는 “취약 시설에서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접종자와 미접종자 모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확진자 폭증으로 최근 감염 위험이 더 커졌는데 학원 등을 그대로 두는 것은 학원 방역 패스를 반대하는 학부모들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면 등교만 고집하다 방역과 교육을 모두 놓친 상황”이라며 “계속 입장을 바꾸는 정부 방역 정책은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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