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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군이 아니었다면”… 성추행 사망 공군의 생전 메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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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상관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은폐·회유 등의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생전 메모가 처음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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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 중사 추모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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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17일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군 장 모 중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군검찰의 구형량보다 낮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다음 날 작성했다는 메모가 공개됐다. 메모에는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힘이 든다. 내가 여군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가 남자였다면 선·후임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자책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내가) 왜 이런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지 뼛속부터 분노가 치민다. 이 모든 질타와 비난은 가해자 몫인데, 왜 내가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지. 나는 사람들의 비난 어린 말들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라는 두려움이 섞인 호소가적혀 있었다다.

그러나 재판부는 군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9년형을 선고했다. 앞서 군검찰은 지난 10월 8일 결심공판에서 장 중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죽음을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해도 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죄질에 상응하는 엄중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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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공군 고(故) 이 중사 사망사건의 성추행 가해자인 장모 중사(왼쪽)가 지난 10월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다만 군검찰의 기소 내용 중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사실에 대해선 특가법상 보복 협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메시지는) 피고인의 자살을 암시하는 표현이라기보다는 사과의 의미를 강조해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피해자의 이후 선임·남자친구와의 대화나 문자메시지에서 피고인의 자살을 우려하는 모습도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실신해 구급차로 후송됐고, 이 중사의 오빠는 “가해자가 죽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게 협박으로 안 들리느냐”라며 “6개월 동안 재판을 했는데 지금 이렇게 나온 게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9년이 뭐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이미 국방부 수사심의위원회가 죄가 된다고 판단해 기소한 협박 혐의가 무죄로 나온 건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군 검사가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장 중사는 당시 부대 밖 저녁 회식자리에 참석한 뒤 숙소로 복귀하던 차량 안에서 후임이던 이 중사를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중사는 이후 이 중사에게 “하루종일 죽어야겠단 생각이 든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이 중사에게 추행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다른 부대(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출까지 갔지만 성추행 사건 발생 2개월여 뒤인 지난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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