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은 이번 성탄절로 못 박았다.
이념과 진영 대결에 따른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막고, 국민 통합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이 필요하다는 게 안 후보의 주장이다.
형집행 정지는 수형자에게 건강 문제가 있을 때를 비롯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검사의 지휘로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처분이다.
안 후보는 "두 분의 석방은 국민 통합에 도움 되고, 대선 분위기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선 "다음 대통령이 국민들의 뜻을 모아 결정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까지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서 보낸 햇수만 벌써 3년이 넘는다.
2018년4월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뇌물 횡령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사면, 가석방 등이 없으면 95세가 되는 2036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수 있다.
그는 오는 19일 만 80세가 된다.
2017년4월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올 1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 확정됐다.
옛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더할 경우 총 22년 형기를 마쳐야 한다.
올해 69세인 박 전 대통령이 가석방 없이 형을 모두 채우면 2039년(87세)이 돼야 출소할 수 있다.
다만, 형사소송법 471조는 징역, 금고 또는 구류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7개 사유중 하나가 있을 때 검사 지휘에 의해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7개 사유 중 두 번째가 바로 '연령 70세 이상인 때'이다.
'70세 이상 형집행 정지'를 허용한 형사소송법이 적용된다면 박 전 대통령은 만 70세가 되는 내년 2월에 출소가 가능하다.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항쟁 진압 등과 관련해 복역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을 내세워 1997년12월 김영삼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할 때까지 옥중에서 2년간만 수감 생활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형집행 정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이 불허 결정을 내렸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안 후보의 제안을 놓고 "검사 시절 두 전직 대통령을 수사한 윤 후보를 견제하고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윤 후보 역시 지난달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여론조사를 해서 사면여론이 아닌 것으로 나와도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결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노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면밀히 따져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자 시절인 1997년 말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청해 이뤄졌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이·박 전 대통령 석방에 대한 반발 여론을 설득하면서 미래를 위해 형집행 정지나 사면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 여부다.
문 대통령으로선 미묘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두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자니, 촛불집회에 따른 정권 출범의 정통성과 당위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걱정일 것이다.
올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을 때 문 대통령이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도 '국민 정서' 때문이었다.
또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이 보수층과 대구·경북지역의 울분과 정서를 달래주기보다, 오히려 대선을 앞두고 이들 표심을 결집시켜 여권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 될 법 하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과 악연을 맺은 문 대통령으로선 더 늦기 전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구원을 씻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가 지도자의 자세다.
타이 베넷은 '끌리는 리더의 조건'에서 "지도자의 과도한 자만심은 시야를 흐리게 하는 독약과 같다"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자만심에 대한 해독제"라고 했다.
정권 초기 과도한 자신감에 따른 섣부른 '적폐청산' 으로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과거 정권 인사들이 수모와 고초를 겪었고 국론도 갈갈이 찢겼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상징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임기말 국민 통합과 화해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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