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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이 아니었다면…" '공군 성추행 사망 피해자' 생전 메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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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 가해자 1심서 징역 9년]

머니투데이

고(故) 이예람 중사 성추행 가해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가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성추행 가해자 장모 중사는 1심에서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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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은폐·회유 시도로 지난 5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가 생전에 남긴 메모가 공개됐다.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본 지 290일 만에 열린 장모 중사에 대한 선고 공판을 통해서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말미에 장 중사에 대한 양형 이유를 고지하던 중 "피해자(이 중사)는 이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상담을 지속적으로 받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 끝에 결국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군 생활 등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만 걱정했을 뿐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 중사가 남긴 메모 가운데 일부를 소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중사는 "그 사람(장 중사) 얼굴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힘들고, 몇 번이고 그날 일을 떠올려야 하는 부담감과 심적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여군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난 왜 여군이어서 이런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지 뼛속부터 분노가 치민다"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이 중사는 "모든 질타와 비난은 가해자(장 중사) 몫인데 내가 왜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지"라며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되고 나서 느껴질 사람들의 시선, 비난 어린 말들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적기도 했다.

이 중사는 이어 "난 아직 고통 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 사람(장 중사)이 단독적으로 행동한 명백한 범죄행위는 가감 없이 처벌받길 희망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죽음을 오로지 피고인(장 중사)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추행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상해가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주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장 중사에게 '군인 등 강제추행죄'를 이유로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죄목과 관련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형량범위 중 가장 중한 형(刑)"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의 범죄는 성별을 떠나 전우애를 갖고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할 구성원을 오히려 범행대상을 삼았단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넘어 군 기강, 전투력에 심각한 해를 끼친 것"이라며 "피고인에 대해선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군인 등 강제추행' 외에 당초 군검찰이 장 중사에게 적용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장 중사는 지난 3월2일 후임인 이 중사 등과 함께 부대 밖 저녁 회식자리에 참석한 뒤 복귀하던 차량 안에서 이 예람 중사를 추행했다. 이후 그는 차에서 내린 이 중사를 숙소 앞까지 따라가며 "없었던 일로 해 달라" "신고할 거지? 신고해 봐" 등의 발언을 했다.

장 중사는 또 이틀 뒤인 3월4일에는 이 중사에게 "내가 할 말이 없다. 인간도 아닌 행동으로 아픔을 줘서 너무 미안하다. 하루 종일 죽어야 한단 생각만 들고, 씻지 못할 아픔을 줘서 미안하다. 많이 고맙고, 아름다운 네 인생에 쓰레기 같은 내가 나타나 미안하다. 이렇게 연락해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군검찰은 이 가운데 장 중사가 이 중사를 숙소 앞까지 따라가면서 한 발언과 문자메시지가 협박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이 인적 드문 심야에 피해자에 사과하며 따라간 행위만으론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다는 공포심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문자메시지는 자살 암시보다는 사과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협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때문에 재판부가 장 중사에게 선고한 형량은 앞서 군검찰이 구형했던 징역 15년형에 비해 6년 낮아졌다.

이에 유족 측은 재판 결과에 반발했다. 이 중사 부친은 "가해자가 '내가 죽겠다'고 하는데 (이 중사에겐) 협박으로 들리지 않았겠느냐. 말도 안 된다"고 항의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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