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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이대녀' 잡으려다 '이대남' 떠날라…윤석열, 신지예 영입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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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왼쪽)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이날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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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로 여성의 권리 신장을 강하게 주장해오며 국민의힘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정권교체' 목표에 뜻을 함께하며 20일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외연 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새시대준비위가 신 대표 영입으로 '이대녀(20대 여성)' 표심 공략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남성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등 갈등이 일고 있다.

신 대표는 2004년 한국청소년모임 대표로 정치 활동을 시작해 국회의원, 서울시장 선거 등에 출마하며 이름을 알렸다. 주로 여성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2030세대 여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날 환영식에서 "국민의힘도 새로운 영입 인사를 통해 국민의 지지 기반을 더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예상치 못했던 행보라 많은 분들이 놀라실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새시대준비위의 일원이 되어 윤석열 후보와 함께 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길에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특혜 논란,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성비위 문제 등을 언급하며 자신이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에 합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은 비교적 우리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지만, 젊은 여성분은 아직까지 특정 후보 지지를 결정하지 못한 분들이 제일 많다"며 "신지예 수석부위원장과 다른 많은 분들이 역할하실 공간이 넓겠다 생각하고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 대표 합류에 대해 반발하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이준석 당대표는 "당 기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하거나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신 대표가) 우리 당에 참여해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일조하겠다면 선의는 의심할 생각이 없지만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은 선에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페미니즘을 추가하면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은 더 오를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이겠지만 젠더 갈등의 심각성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며 "지금 페미니즘은 국민적 공감대를 완전히 잃어버린 반성평등주의 사상으로 변질했다. 젠더 갈등을 고조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 청문홍답 코너에서 신 대표 영입에 대해 "잡탕밥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당원 게시판에는 신 대표를 비판하는 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당원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지지를 철회한다"면서 "아무리 외연 확장에 표가 욕심 난다지만 이건 아니지 않으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달 윤 후보가 선출됐던 전당대회 이후 대규모 탈당 행렬이 이어졌던 것처럼 '제2차 탈당' 움직임도 감지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 대표는 일단 이 대표에 대해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밥 한 끼 하자고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손을 내밀었고, 이 대표도 "새시대준비위가 하는 일, 김한길 위원장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했으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신 대표가 기존에 속해 있던 진영에서도 그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김수민 전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당신은 국민의힘에서 오래 묵묵히 일한 당원보다 더 유능하거나 올바르지 않다"며 "이제 신지예와 제3지대 정치운동은 아무 상관없다"고 선언했다.

한편 인선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던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가 또다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이슈에 대응하는 선대위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배우자 문제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전략이 없다. 논의해보자"고 제안하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권성동 사무총장 등이 제동을 걸며 "여기에서 다 얘기할 수 없다. 총괄상황본부가 회의해서 논의한 후 공유하면 된다"고 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다시 한번 "그건 이 회의에서 공유돼야 하는 일 아니냐. 이렇게 서둘러 끝낼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이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을 회의에서 언급하면서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에게 "윤핵관이 누군지 공보단장이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고, 조 최고위원이 "나는 당대표 지시를 받지 않는다. 윤 후보 지시만 받는다"는 취지로 받으면서 고성이 오갔다.

이 대표는 "본인(조 최고위원)이 맡은 업무에 맞는 것을 지시했는데, 본인이 상임선대위원장(이 대표)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을 하는 바람에 언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 최고위원은 "현재 발생되는 일련의 상황은 모두 내 책임"이라고 말하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국면으로 가고 있지만, 선대위 전체적으로 곳곳에 숨겨진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선을 놓고 한 달 넘게 당이 내홍을 겪었는데, 그 이후에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 계속 갈등을 밖으로 노출시켜 불안한 형국"이라면서 "중요한 정책 등에 신경 쓸 여력 없이 소모적 이슈에 갇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윤균 기자 /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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