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0년 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일가의 3대 세습군주 시대를 열었다. 세계 각국은 북한의 불안한 미래를 점쳤다. 조기 붕괴론마저 나올 정도였다. 당시 27세에 불과한 김정은이 아버지 측근들과 형제들을 누르고 안정적 권력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정은은 숙청으로 대변되는 공포 정치로 이 질문에 답했다. 아버지의 총애를 받던 리영호 당시 군 총참모장을 시작으로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됐다. 이후 권력 핵심이었던 ‘운구차 7인방’은 김정은 집권 5년여 만에 각자의 이유로 사라졌다.
공포 정치의 하이라이트는 그의 큰형인 김정남의 암살 사건이었다. 김정은의 이복형이자 한때 북한의 후계자로 유력시됐던 김정남은 동생이 집권한 뒤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2017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됐다. 이 사건의 배후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김정은의 독재권력 굳히기 히든 카드는 역시 핵무기였다. 국제 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4차례 불법 핵실험과 60여차례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주요 전략무기 시험발사 현장을 빠짐없이 시찰하며 핵무력 완성이 영도력의 결과물임을 과시했다.
그가 공포 정치와 핵무기로 독재체제를 구축한 사이 북한 주민들은 더욱 굶주리게 됐다. 한때 젊은 지도자의 등장에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난은 1948년 정권 수립 후 최악 수준이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그가 핵무기와 권력 기반 다지기에만 집착한 게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통일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김정은 정권 10년 관련 참고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10년간 경제상황은 악화한 걸로 조사됐다. 연도별 경제성장률도 2016년까지는 소폭이나마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17년부터는 줄곧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해 지난해에는 -4.5%까지 떨어졌다.
식량난을 알 수 있는 곡물생산량은 지난해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에 막대한 수해까지 겹치며 440만t을 기록, 집권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이 같은 경제난은 김정은 스스로도 "(경제) 목표가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시인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김정은의 권력 기반은 여전히 굳건하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김정은 체제 2050년 전망’ 보고서는 현재의 권력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3대 세습을 통해 집권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절대권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분명 북한 주민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 지속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황폐해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인권·경제난 등 북한 문제는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변수인 만큼 내년 대선을 앞둔 지도자들은 북한 문제에 진정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후인 2031년에도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와 식량난이라는 두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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