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연구 현장

“조현병·자폐증 치료길 열릴까?” 국내연구진 ‘기억 수정’ 가능성 제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IBS 연구진, 별세포가 수정 가능한 유연한 기억 만들어내는 과정 규명

헤럴드경제

별세포는 주변의 여러 시냅스를 동시 조절해 시냅스를 만들거나 지우며 기억을 수정한다.[IBS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연구진이 조현병, 자폐증, 치매와 같은 뇌질환 치료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해마에 있는 ‘별세포’가 주변의 여러 시냅스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공간들을 통합 조절해 수정 가능한 ‘유연한 기억’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억을 하는 것만큼 학습된 기억을 필요에 따라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능력을 ‘인지적 유연성(기억 수정)’이라 한다. 그러나 기억 수정의 분자세포적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지적 유연성에는 D-세린이란 물질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뇌 안 어떤 세포에 의해서 생성·분비되는지는 아직까지도 불분명했다. 연구진은 별세포가 디-세린도 분비하며, NMDA수용체 활성을 제어해 주변 시냅스들을 동시 조절함으로써 인지적 유연성을 매개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우선 연구진은 위해 별세포의 디-세린 분비 여부를 알아보고자 해마 내 별세포에서 칼슘을 억제하거나 칼슘에 반응하는 음이온 통로인 ‘Best1’의 발현을 억제했다. 그 결과 NMDA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글루타메이트, 디-세린의 양이 감소했다. 또한 별세포가 디-세린과 글루타메이트 모두를 분비하며, Best1 이온통로를 통해 NMDAR톤을 조절함을 확인했다.

이어 NMDAR 톤을 줄여 NMDA 수용체 활성을 저하시켰더니 학습 시 자극되는 ‘동종시냅스’뿐 아니라 자극되지 않는 ‘이종시냅스’의 장기 약화 또한 억제됐다. 이종시냅스 장기 약화가 억제되면 시냅스 가소성 학습에 따른 시냅스의 크기 또는 신호 전달 세기 변화 및 강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종 시냅스 장기 약화와 기억 수정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모리스 수중 미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는 생쥐를 학습시켜 물속에 숨겨진 탈출섬을 찾게 하는 실험이다. 탈출섬의 위치를 바꾸면, 생쥐는 탈출을 위해 이전에 학습했던 기억을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학습 시기에 NMDA 수용체 활성 저하로 이종 시냅스 장기 약화가 억제된 생쥐의 뇌에서는 기억의 수정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이종 시냅스 장기 약화가 기억 수정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각성 및 집중 관련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이 주변 별세포를 활성화해 NMDA 톤을 증가시킴을 발견했다. 이는 시냅스의 장기 약화를 이끌어 시냅스 가소성을 유도함으로써 수정할 수 있는 기억을 형성했다. 기존 연구에서 기억은 이전 학습에서 자극됐던 동종시냅스를 변화시켜 필요시 수정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연구진은 기억 형성 시점부터 수정 가능한 기억이 만들어지며, 이에 학습 동안 자극되지 않았던 이종 시냅스 변화가 결정적임을 밝힌 것이다.

헤럴드경제

노르에피네프린으로 활성된 성상교세포가 증가시킨 NMDAR 톤에 의한 동종시냅스 및 이종시냅스의 장기 약화 기전.[IBS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우현 차세대연구리더는 “이번 연구는 조현병이나 자폐증, 초기 치매에서 인지적 유연성이 감소하는 원인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 전했다.

이창준 연구단장은 “기억이 단순히 한 시냅스에서 형성될 것이란 기존 시야에서 벗어나, 별세포를 통해 여러 시냅스들이 통합적으로 동시 조절됨으로써 만들어지고 고쳐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기억 형성 기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정신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생물정신의학’ 12월 21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