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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김문기 유족 “대장동 윗선 놔두고 책임 다 뒤집어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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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게이트]

참고인이 극단선택 왜? 유족 “꼬리자르기” 분통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의 유족은 22일 “윗선에 대한 조사 없이 실무자에게 책임을 다 뒤집어씌웠다”고 밝혔다. 김 처장이 숨진 21일 “몸통은 놔두고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린 유족들은 이날 “이 정권과 이 나라, 이 현실이 모두 다 원망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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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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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처장 동생 김대성씨는 이날 낮 12시 3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형은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윗선 중 한 분(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은 이미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고인이 됐고 다른 한 분(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구치소에 있는 상황에서 형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됐다”며 “윗분들은 조사 과정에서 나오지도 않고 현직 실무자만 압력을 가하면서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처장이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에 점수를 몰아줘 대장동 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에 관여했다는 등의 의혹에 대해 ‘몸통’은 따로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 처장은 대장동 사건에서 참고인으로만 수차례 조사를 받았다. 실무자로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2차 평가에 들어가 화천대유가 주주인 성남의뜰에 높은 점수를 주는 역할을 했지만, 이는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 등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후 성남의뜰에 막대한 추가 이익이 갈 것으로 예상되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사업 협약서에 넣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런 김 처장이 죽음을 선택한 것에 대해 김 처장 동생은 “한 사람(김 처장)을 검찰, 경기남부경찰청, 회사(성남도개공) 감사실까지 조사하는데 누가 견디겠느냐”며 “형은 (숨진 당일) 오전에도 자택 화장실에서 한 차례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고 했다. 그는 또 “(형이) 나한테 ‘유한기, 그분은 왜 돌아가셨을까’라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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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처장 동생은 이어 “검찰 수사에 더해 성남도개공이 형을 중징계하고 형사 고발 등을 한다고 한 것이 결정적 타격이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또한 성남도개공은 지난달 12일 유동규 전 본부장과 관련 직원 등을 대상으로 “12월 말까지는 부당 이득 반환 청구 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성남도개공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지만 최근 김 처장은 자신이 최소 1827억원대로 예상되는 소송의 대상이 될 것이란 얘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은 또 지난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성남도개공을 퇴사한 정민용(불구속기소) 변호사가 ‘과거 대장동 사업 심사 자료를 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비공개 자료인 민간 사업자 평가 배점표 등을 보여줬다. 이 일로 성남도개공 자체 감사를 받았고, 중징계와 형사 고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김 처장 동생은 “재판도 받지 않은 사람에게 회사에서 고발한다고 하는 것은 겁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성남도개공은 “아직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향후 열릴 인사위원회에 소명을 준비하라는 요구서를 전달했다”며 “형사 고발은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정민용 변호사를 배임 및 부정 처사 후 수뢰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21일 김 처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하는 한편, 김 처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 처장은 유서를 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배임으로 사법처리되어야 할 사람들이 서울중앙지검의 부실 수사로 다 빠져나가는 바람에 빚어진 불상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은 지난 9월 이후 26명의 검사가 투입된 ‘매머드급’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였지만 유동규 전 본부장을 상한선으로 기소를 마무리했다. 성남도개공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을 보고받고 승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성남시장)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등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전직 대법관, 전직 대한변협회장 등을 포함한 변호사 512명은 이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대장동 사건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한변은 “하루빨리 특검을 실시해 이 정권에서 계속되고 있는 죽음의 행진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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