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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정의용 "올림픽 때 남북관계 개선 어려워"...그래도 보이콧은 "검토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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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9일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은 검토하지 않으며 (정부 대표단이)어떠한 방식으로 참석할지 여러 상황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올림픽을 종전선언 등 대북 관여의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적 보이콧'(선수만 참가하고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음)은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셈이다.

중앙일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내신기자 대상 브리핑을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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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개선 계기 바란다"더니...정의용 "개선 어려울 듯"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내신 기자간담회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하나의 계기로 삼기로 희망했지만 현재로써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모든 계기를 이용해서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입장을 물을 때마다 정부의 입장은 일관됐다. "보이콧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 대표단 참석 문제도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정 장관은 정부 대표단 파견의 급을 묻는 질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참석할 것인지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정부 대표단을 보내는 쪽으로 한발 더 나간 듯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또 정부는 올림픽 보이콧과 관련해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도 한결같이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남북 접촉 등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베이징 올림픽에 보이콧을 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도 26일(현지시간) "한국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과 조율을 근거로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정 장관의 발언은 이런 바람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분이 사라진 마당에도 한국이 보이콧에 거리를 두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가 아니라면 한국이 미국의 인권 중시 외교에 거리를 두고 중국 쪽으로 기운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까지 얻는 실익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韓 기대와 달리...종전선언 관련 뒷짐 진 中



정 장관은 또 이날 "종전선언 문안에 관해 (한ㆍ미 간에) 이미 사실상 합의가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종전선언 문안 협의가 완료됐다고 공개적으로 확인한 건 처음이다.

애초에 정부가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에 눈을 돌린 것도 미국과의 협의에서는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뤄냈기 때문이었다. 미국과는 큰 틀에서 의견 일치를 이뤘으니, 이를 바탕으로 중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정 장관은 이날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중국 측을 통해서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이 회담하기 바로 전날에도 북·중 외교당국 간 접촉이 이뤄져 중국이 남북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지만, 여기서 종전선언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국이 바라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과 중국이 스스로 말하는 건설적 역할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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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개발 계속하는데..."비핵화 의지 믿어줘야"



한편 정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상대방의 의지를 믿어주는 방향으로 협상해야 한다"며 사실상 아직도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2월 인사청문회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는 와중에 북측의 선의에 기대서 비핵화 협상을 구상하려는 건 안일한 태도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정 장관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던 지난 2018년 3월 대북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뒤 국내 언론 브리핑에서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달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 뒤 백악관 앞 브리핑에서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핵시설 재가동에 나서는 등 핵무력 야욕을 버리지 않으면서 정 장관이 확인했다는 '비핵화 의지'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北ㆍ中 인권에 소극" 지적에 "특수 관계"



정 장관은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국이) 북한, 중국과는 특수 관계에 있고, 여러 가지 우리나라의 안보와 직결돼서 협력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국제적 노력에 직접 동참은 안 하고 있다" 말했다. 이와 관련, 인권을 인류 보편적 가치로 다루는 대신 국가 간 관계와 정세에 따라 선택적으로 접근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유엔에서 17년 연속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서 빠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으며,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합의(컨센서스)에만 동참했다.

또한 친중(親中) 후보가 의석을 싹쓸이한 지난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와 관련해서도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는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ㆍ민주주의 문제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의 근거로 삼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미국, 영국, 일본 등 유엔 회원국 43국이 지난 10월 비판 성명을 발표했지만 한국은 빠졌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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