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은 디지털 전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매일경제신문과 하나금융연구소가 신년을 맞아 국내 금융리더 100명에 대해 심층적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10명 중 7명(73%)이 올해의 화두로 디지털혁신(DX)을 꼽았다. 이 답변은 글로벌 공급사슬 약화(14%),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10%) 등보다 압도적으로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번 설문에는 금융지주 회장, 금융협회장 등을 포함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100명이 참여했다.
금융리더들은 올해 DX 전쟁에서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연말께 선두 그룹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승자독식 구조인 플랫폼 사업 특성상 1차 선두 그룹에 일단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2~3년 후에는 이 중에서 최종 승자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그룹에 끼지 못한다면 무대에서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어 연초부터 금융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생존경쟁의 전선은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다.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경쟁은 물론 기존에 같은 지주사 내에서도 은행·보험·카드 간 업종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첫 번째 전장은 5일 본격 서비스를 시작하는 '마이데이터'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란 개별 금융사 서버에 잠자고 있던 내 금융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서 보고 관리하고 분석해 맞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서비스 특성상 금융사 한곳에 데이터를 모아놓으면 다른 금융사 앱에 접속할 일이 확 줄어드는 '고객 빼앗기 게임'이다.
DX 전쟁의 또 다른 전선은 '슈퍼 원 앱'이다. 말 그대로 고객이 접속하는 단 하나의 금융 앱이 누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싸움에는 영역이 없다. 같은 지주 안에서도 은행과 카드, 보험사가 경쟁하는 구도다. 이합집산도 활발하다. 서로 다른 금융지주의 은행과 증권사가 제휴하기도 하고, 한 금융지주의 은행과 카드가 경쟁하기도 한다. 금융지주는 어디든 먼저 승기를 잡는 쪽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전략이다.
가장 큰 전선은 디지털로 무장한 빅테크·핀테크와 전통 금융사 간 싸움이다. 금융사 리더들은 사실상 전 국민을 이용자로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꼽았다. 전통 금융사들은 자본력과 그간 쌓아온 신뢰를 무기로 승리 전략을 짜고 있고, 빅테크와 핀테크 회사들은 민첩함과 기술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정보 보호와 보안은 금융 DX 전쟁에서 중대한 승부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금융 정보가 오가는 과정에서 작은 실수로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최고정보기술책임자는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회사들은 개인정보 유출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고객의 금융 정보를 통째로 관리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기회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정보 보호와 보안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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