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오늘(5일) 끝내 윤석열 대선 후보와 갈라섰습니다.

합류 33일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선대위 구성 단계에서부터 잡음이 빈번했던 두 사람의 갈등이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린 선대위 재편 움직임 속에 파국으로 귀결된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오전 언론 통화에서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후 윤 후보도 오전 11시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저에게 많은 조언과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해주신 김종인 위원장님께는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결별을 사실상 공식화했습니다.

이로써 화합하는 모습보다는 갈등하는 모습을 더 많이 연출하며 긴장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두 사람의 불안한 동거는 결국 오늘 윤 후보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결국 등을 돌리게 된 두 사람의 관계가 출발부터 어두웠던 것은 아닙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이 왔다"고 했습니다.

'야권 킹메이커'로 여겨지는 김 위원장이 보낸 찬사는 윤 후보의 정치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는 장외에서 조언하며 도움을 줬고, 이에 경선이 끝나면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자연스레 손을 잡으리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오늘 윤 후보가 경선을 통과하고 김 위원장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하기까지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윤 후보와 주변 측근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에게 '원톱 전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두고 주저하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김 위원장은 즉각 자신의 거취를 보류하고 나섰습니다.

윤 후보 측에서 김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로 잘 알려진 김병준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인선한 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김병준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를 자신을 견제하려는 '꼼수'로 받아들였다는 후문입니다.

'총괄'로 내정됐던 김 위원장의 인선 보류로 인한 여파는 적지 않았습니다.

선대위 내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지속됐습니다.

'원톱'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당 안팎으로 덩치를 키워가던 선대위 역할 분담에 혼선을 불렀고, 정책과 국정 비전 제시 기능도 동력을 잃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오랜 행정 경험을 갖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비교해 정책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윤 후보로서는 경륜과 의제 설정 감각으로 정평이 난 '김종인 매직'에 기대하고 있었던 측면이 있었던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시간을 달라'는 외마디를 남기고 장고에 들어가면서 즉각적인 선거 지원을 기대한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애를 태웠습니다.

11월 24일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찬 담판'을 시도했으나 이 또한 무위로 끝났고, 둘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던 김 위원장은 이후 정확히 9일 만인 12월 3일 돌연 마음을 바꿔 선대위에 전격 합류했습니다.

윤 후보와 갈등을 빚던 이준석 대표가 '울산 회동'을 통해 내홍을 봉합한 것을 계기로 김 위원장도 '윤석열 호'에 몸을 실은 것입니다.

선거를 석 달여 앞둔 상황에서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과거는 묻어두자"는 논리가 힘을 얻으며 '원팀 선대위' 발족에 전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연말로 다가서며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듯한 흐름에 따른 불안함도 작용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 과정에서 윤 후보나 주변 인사들 사이에 김 위원장 존재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후보를 압도하는 듯한 존재감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감과 무관치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이후에도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 현안 등에서 윤 후보와 엇박자를 노출했습니다.

윤 후보의 잇단 강성 발언도 김 위원장과 불협화음을 빚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결별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양측의 긴장은 새해를 변곡점으로 재분출했습니다.

연말연시 윤 후보의 지지율 급락에 위기감을 느꼈던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도저히 이렇게는 갈 수 없다"며 해체 수준의 선대위 개편 구상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후보와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보의 발언 논란 등과 관련해서도 '후보는 연기만 하라' '내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강력한 개입 의지를 밝혔는데, 결국 이런 언행이 '후보 패싱' '아바타 후보' 논란 등을 불러일으키며 뇌관을 건드린 셈이 됐습니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윤 후보가 충성할 대상은 국민이지 김종인이 아니다"라면서, "윤 후보가 국민에게 가장 사랑을 받았던 모습은 홀로 외로이 서 있었을 때였다. 그걸 잊고 이 사람 저 사람 기대서 돌파하겠다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단기필마'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윤 후보는 오늘 김종인 위원장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좋은 조언을 계속해 주시기를 부탁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