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이슈 세계 정상들 이모저모

블레어, 15년만에 훈장 받는데…“전범에 훈장 부당” 75만명 청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니 블레어(69) 전 영국 총리가 퇴임 15년 만에 가터 훈장(Order of The Garter) 수상자로 임명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재임시절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블레어 총리는 전쟁 범죄자”라며 훈장을 취소해야 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6일 오전 7시 기준 영국 국민청원 사이트(change.org)에 올라온 ‘블레어의 훈장 수여를 취소해달라’는 글에는 7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 청원 작성자는 블레어 총리가 재임 시절 이라크전에 파병해 “영국 헌법과 영국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다”며 “여러 분쟁(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 군인들을 보내 무고한 민간인과 자국민을 희생시킨 개인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만으로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며 “블레어는 어떤 상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고, 특히 영국 왕실이 주는 훈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영국 왕실은 가터 훈장 수상자로 토니 블레어 전 총리(1997~2007 재임)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7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가터 훈장은 공직에서 봉사한 이들에게 영국 여왕이 수여하는 최고의 기사도 훈장으로 빅토리아 십자훈장과 조지십자상에 이어 두 번째로 서열이 높다. 가터 훈장 기사단 멤버는 24명으로 제한 돼, 수훈자가 숨져야 새로 임명이 가능하므로 희소성도 높다.

왕실은 블레어 총리 임명 사유 중 하나로 마가렛 대처 등 전직 총리들에게 수훈했다고 밝혔으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블레어는 퇴임 후 15년이나 걸렸다는 게 다르다고 전했다. 배경에 보리스 존슨 현 총리가 관여했다는 루머도 돌았으나, 총리실은 영국 왕실 고유 결정이라며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블레어 총리가 훈장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참전 용사 유가족들은 “블레어가 가터 훈장을 받으면 우리가 받은 ‘엘리자베스 십자 훈장’을 반납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스티븐 필딩 영국 노팅엄대 정치사학 교수는 블레어 총리의 수훈을 두고 “바보 같은 일”이라며 “그가 임기 말에 다른 공적을 남기려 애썼지만 그는 이라크 전쟁으로 기억될 것이고,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이라크 전쟁으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간 더타임스는 청원은 법적 효력이 없어 청원 때문에 훈장 수여가 취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최아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