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 참석해 노래하고 술마셔…입법회 의원 최소 19명 참석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 중 한명인 위트먼 헝(왼쪽)이 지난 3일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이 파티에는 홍콩 정부 고위직을 포함해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이후 2명이 코로나19 환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시설로 보내졌다. [홍콩 HK01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코로나19의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고위직이 대거 참석한 '내로남불' 생일파티가 열려 발칵 뒤집어졌다.
비난 여론 속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이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파티에 참석했던 한 입법회 의원은 이틀 후 중국 선전(深圳)에서 중국 정부의 홍콩 책임자와의 회의에 참석해 파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7일 명보 등 홍콩언론을 종합하면 해당 파티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 중 한명인 위트먼 헝(洪為民·53)의 생일파티로 지난 3일 저녁 완차이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헝은 홍콩과 중국 선전(深圳)이 합작해 개발하는 첸하이(前海) 경제특구 홍콩연락사무소 대표이기도 하다.
당국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파티에 참석하지 말라고 권고한 상황에서 열린 해당 파티에는 100명 이상이 참석했다. 그중에는 홍콩 정부 관리 최소 14명과 입법회(의회) 의원 19명 등 고위직 수십명이 포함됐다.
헝 등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르고 음식과 술을 먹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다.
당국의 조사 결과 해당 파티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37세 여성이 오후 9시 30분께 참석했다.
이에 따라 오후 9시30분 이후에도 파티장에 머문 민정사무국장(장관급) 캐서퍼 추이(徐英偉)와 발전국장 정치조리 앨런 펑(馮英倫)은 해당 여성과 밀접접촉한 것으로 분류돼 전날 밤 정부 지정 격리시설로 보내졌다.
이어 입경사무처(이민국) 아우가왕(區嘉宏) 처장과 지난달 새롭게 선출된 입법회 의원 4명이 이날 격리시설에 들어갔다.
파티에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은 친중진영이 완벽하게 장악한 선거위원회(선거인단)가 배출한 의원들이다.
이들 중 주니어스 호(何君堯) 의원은 파티 참석 이틀 후인 5일 선전에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의 샤바오룽(夏寶龍) 주임과의 회의에 참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당일 샤 주임은 지난달 19일 입법회 선거에서 뽑힌 의원 20명과 만나 "확고한 애국자가 돼라"고 강조했다.
다만 호 의원은 해당 회의에 앞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많은 의원이 문제의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는 12일 열릴 예정인 새 입법회 첫 회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앤드루 렁(梁君彦) 입법회 주석은 SCMP에 "의원 한명 한명에 전화를 걸어 당국의 조사에 정직하게 협조하라고 말했다"며 "해당 파티에 참석했던 의원과 보좌관들은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기 전까지는 입법회 건물에 출입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입법회 첫 회의에는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도 참석해 대정부 질의에 답할 나설 예정이었으나 홍콩의 오미크론 상황이 악화해 공무원들의 재택근무 정책이 다시 도입될 경우 참석 취소 가능성이 나온다.
람 장관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해 보건 당국이 경고했는데도 대규모 모임에 그렇게 많은 관료가 참석해 대단히 실망했다"며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난 여론 속 파문이 커지자 파티를 주최한 헝 대표를 비롯해 격리시설에 들어가게 된 관료들은 잇따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명보는 홍콩 정부가 문제가 된 관리들의 징계를 고민하고 있으며 해당 관리들의 사임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생일파티를 둘러싼 공공보건 스캔들이 7일 확대됐다"며 "중국이 '애국자'만 들어올 수 있게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한 후 진행된 첫 입법회 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 상당수가 해당 파티에 참석했고 그중 최소 4명이 격리시설로 보내졌다"고 꼬집었다.
홍콩 코로나19 검사소의 긴 대기줄 |
한편, 홍콩에서는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정부 격리시설과 병상 수용 가능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5일 홍콩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해외 유입 환자와 밀접접촉자들이 하루 40∼50명씩 격리시설로 보내지고 있어 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격리시설이 곧 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각급 병원 역시 확진 환자들의 입원 쇄도로 병상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은 환자를 수용할 시설이 부족해지자 이날부터 2주간 유흥시설을 폐쇄하고 오후 6시 이후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는 등 고강도 방역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또 미국과 영국 등 8개국 발 여객기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오미크론 변이 환자가 다녀간 장소에 출입한 모든 이들에 대해 코로나19 3∼4회 검사를 명령했다.
전날 밤에는 주거지 5곳을 봉쇄하고 주민 3천300명에 대해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진행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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