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이대남만 투표하나” 2030 여성 ‘부동층 블록’에 쏠리는 이재명 공략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30대 여성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 후보는 10일 스타트업 여성 대표들과 만나 육아·경력단절 등에 대한 의견을 듣는 등 청년 여성들의 관심사를 노린 행보를 이어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하며 대선 무대에 젠더 갈등을 끌어올렸으나, 이 후보는 이 전선을 우회하면서 동시에 2030 여성들의 ‘회색 표심’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동작구 대방동 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스타트업 여성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여성의 고용유지, 일·생활 균형, 경력단절 등에 대한 고충과 해법 등을 놓고 토론했다. 이 후보는 “일·가정의 양립, 직장 내 차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아직도 남아있는 심각한 문제”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하면서 평등 사회와 일·가정 양립 사회로 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번 일정은 2030 여성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최근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남초 성향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글을 쓰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여성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선거대책위원회 대화방에 공유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반면 새해 들어서는 줄곧 여성 관련 의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7일 여성인권·페미니즘 등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한 데 이어, 지난 9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페미니즘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20대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후보가 ‘페미니즘 편을 든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이 후보는 ‘젠더 편가르기’로 비춰지는 것은 지양하려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정치권의 의도적인 분할 전략 때문에 두 편으로 나뉘어 어디 출신이니 하며 이유없이 증오하고 갈등하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도 (젠더 문제에서)그런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가 여가부 폐지 등 일부 20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날 “선거를 진흙탕으로 끌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슈에 참전하지 않겠다(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도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선 “폐지한다, 반대한다를 넘어서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더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말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2030 여성 전략은 부동층 끌어안기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애초 부동층 비율이 높은 청년층 가운데서도 성별에 따른 분화 양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1월 첫째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18~29세) 여성의 부동층 비율은 19.0%, 30대 여성은 17.5%로 나타났다. 전 세대·성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세대 남성들의 부동층 비율(20대 12.6%. 30대 12.1%)보다 5~6%포인트 가량 높다.

이번 대선만의 현상도 아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들이 민주당·국민의힘이 아닌 ‘기타 후보’를 택한 비율은 15.1%에 달했다. 20·30대 여성이 오는 3월 대선의 승부를 가름할 최대 부동층으로 떠오른 셈이다. 정치권이 ‘이대남(20대 남성) 담론’에 매몰돼, 청년층 내 또 다른 축인 여성들에게는 무관심했다는 자성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대한민국에 유권자가 이대남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이대남이 모두 열렬하게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양성 평등을 이루고 남성들도 역차별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제도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20대 남성이 정권심판 정서가 유독 강한 것과 달리 20대 여성은 뚜렷한 방향성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유동성이 매우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방향성을 탐색하는 기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 전문위원은 “(2030 여성들의)가치·지향과 매칭되는 후보가 아직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어느 국면이 오면 (특정 후보에게)이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 RPG 게임으로 대선 후보를 고른다고?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