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당일 축하 전화·인터뷰 요청 고사
"공연 준비해야 해서" 연극 매진 평정심
7일 개막 '라스트세션'서 프로이트 역할
"오겜 흥행 후 초심 다잡으려 출연 결심"
오영수 1월 주요 회차 매진···인기 반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마디로 정신이 없어요. 그런데 내가 지금 공연 준비를 해야 해서··· 이해해줘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노배우의 목소리에서는 ‘수상의 흥분’ 보다는 차분함이 느껴졌다.
몇 날 며칠 취해도 될 법한 쾌거였다.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 조연상’이라는 영광의 주인공은 그러나 무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인 최초 골든 글로브 수상자, 배우 오영수는 지난 10일 온종일 걸려오는 수십 통의 전화와 인터뷰 요청을 뒤로한 채 연극 연습에 매진했다. 오영수는 ‘축하한다’는 말에 연신 “고맙다”면서도 “공연 준비로 길게 통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까 (넷플릭스를 통해) 전한 소감으로 대신해달라”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그가 이토록 집중하는 작품은 지난 7일 개막한 연극 ‘라스트세션’(3월 6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이다. 라스트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실제로는 만나본 적 없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신과 종교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 극이다. 오영수는 이 작품에서 배우 신구와 함께 무신론자인 프로이트 역을 맡아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이상윤·전박찬)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논리 전쟁을 펼친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을 계기로 폭발한 대중의 관심 속에 ‘초심’을 다잡기 위해 라스트세션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조용한 모습으로 연기자 생활을 해왔는데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으로 갑자기 내 이름이 여기저기 불리게 됐다”며 “마음이 심란해서 나름대로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출연 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연극을 해오며 내가 지향해온 내 모습 그대로 가게끔 (이 작품이) 동기를 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쉬운 작품은 아니다. ‘칼 아닌 말로 하는 펜싱 경기’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종교와 사랑, 성(性), 삶 등 인간을 둘러싼 주제를 방대한 대사로 쉴 새 없이 쏟아내야 한다. 오영수 본인도 “나이 먹어 기억력도 떨어지는 데다 대사가 일상용어가 아니다 보니 헤쳐나가는 게 상당히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을 정도다. 개막 이후에도, 그리고 감격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날에도 그가 연습에 몰두한 이유이기도 하다.
라스트세션은 지난 2020년 초연 당시 이미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다. 이번 재연은 오징어 게임의 인기까지 더해지며 한층 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영수의 1월 출연 회차는 일부 잔여석을 제외하고 대부분 매진된 상태다. 코로나 19 상황에 따라 취소될 수 있는 가변석도 모두 팔렸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