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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은 안(內)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배우 오영수(78)와 더블 캐스팅으로 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역을 맡은 배우 신구(86)는 “배우 오영수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구는 “오영수는 외부로 화려하게 부각된 배우는 아니었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실력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 내공이 쌓인 게 이제 보여졌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그 양반이 70살 넘게 오랫동안 연극해왔지만 아주 차분한 사람”이라며 “60년대 후반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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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 최초 골든 글로브 TV부문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오영수는 1967년 극단 ‘광장’에 입단한 후로 50여 년 간 주로 연극 무대서 활동했다. 연극인 외길만 걸어온 오영수가 세계적인 상을 받자 연극계에서는 축하의 말과 각종 미담이 터져 나왔다.
연극 ‘3월의 눈’(2011)에서 오영수와 함께 작업한 배삼식 희곡작가는 “선생님은 무대 위에 서는 것을 즐거움과 기쁨으로 누렸던 배우”라고 했다. 연극 ‘3월의 눈’은 노부부의 이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2012년 작고한 배우 장민호의 유작이기도 하다. 당시 88세였던 장민호가 끝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불안했던 배 작가는 오영수에게 ‘언더스터디’(메인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를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드렸다고 한다. 그는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언더스터디를 다른 분들은 다 못한다고 했는데 44년차 배우셨던 선생님이 ‘장민호 선생님 작품인데 뭐든 하겠다’고 흔쾌히 승낙해주셨다”며 “무대와 연기에 참 진심이셨는데 그 보답을 상으로 받으셨다”고 했다.
30년지기 친구이자 국립극단 동료였던 배우 김재건(75)은 “한 달 전 골든 글로브 후보 올랐다고 해서 축하한다고 전화했더니 영수 형이 호탕하게 웃으며 ‘설마 타겠냐’고 했는데 진짜 탔다”며 “작품상도 탈 수 있었는데 오직 영수 형만 탔으니 대단하다”며 웃었다. 90년대에 국립극단에서 오영수와 함께 무대에 섰던 그는 “영수 형은 평소 성격이 유하고 후배를 참 아끼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연극을 하는 후배 배우들에게도 ‘언젠가 하다보면 이런 게 올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줬다”며 “후배들에게 굉장히 큰 귀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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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와 연극 ‘아버지와 아들’ ‘리어왕’ 등을 함께한 이성열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오 선생님은 항상 젊게 사시는 분”이라며 “젊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옷도 멋쟁이시고 평생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스스로 노력하신다”고 했다. 이어 “오 선생님의 연기나 화법이 일반적이지 않고 개성적인데, 그런 것들이 이미 연극계에선 정평이 나있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서 알려지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것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주요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CNN 방송도 “‘오징어 게임’의 스타 오영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CBS 방송은 “오영수가 200편 이상 연극 무대에 선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연극배우 중 한 명”이라며 “영화와 TV 드라마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조연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극 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며 “78살 그의 연기 이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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