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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봉쇄령 내리더니 총리실서 제대로 술판 벌였다…코너에 몰린 영국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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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방역 수칙 위반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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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리더십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재작년 5월 그의 수석비서가 총리실 직원 100여 명에게 파티 초청장을 보내면서다.

당시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록다운(봉쇄령)' 조치가 내려졌을 때다. 그러나 직원 40여 명이 해당 파티에 갔고 존슨 총리 부부도 참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총리 사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성인 53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존슨 총리는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22일에는 사퇴 찬성 의견이 48%였지만 약 두 달 사이 8%포인트가 급증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존슨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50%가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다른 여론조사업체 사반타콤레스가 성인 10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66%가 '존슨 총리 사퇴'에 찬성했다.

이는 '크리스마스 파티' 언론 보도 이후 실시된 지난해 12월 여론조사보다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투표에서 존슨 총리를 뽑은 지지자 중 42%도 사퇴 의견에 찬성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쇄령이 떨어진 2020년 5월 20일 존슨 총리의 개인 수석비서가 총리실 직원 100여 명에게 파티 초대장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당시 수석비서 마틴 레이놀즈는 직원 100여 명에게 "각자 마실 술을 한 병씩 들고 오라"는 내용이 담긴 초대장을 보냈고, 실제로 40여 명이 파티에 참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존슨 총리가 파티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영국 정부는 당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에서의 모임 인원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대부분 학교가 문을 닫았고 술집과 식당도 폐쇄됐다. 첫 번째 대유행이 영국을 한번 휩쓴 이후 사실상 사적모임이 금지된 상태였다.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 안팎에서도 존슨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앤절라 레이너 부대표는 "존슨 총리는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며 "그는 거짓말과 속임수를 일삼고 자신의 규칙을 스스로 어기면서 영국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영국 국민에게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마라"고 적었다.

논란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던 존슨 총리는 12일 처음으로 파티 참석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며 사과했다. 존슨 총리는 "저는 당시 오후 6시 조금 넘어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파티 장소를 찾았다"며 "약 25분간 머무른 뒤 다시 일을 하러 사무실로 돌아갔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영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존슨 총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감염성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창궐로 유럽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약 6700만명인 영국에선 이달 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20만명까지 치솟았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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