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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100살 유재석'이 아직도 TV에?"…바이오인공장기 사회의 미래[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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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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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미국에서 면역력 제거 형질변화 동물(돼지)에서 생산된 장기가 인간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바이오 인공장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 전체가 큰 영향을 받게 돼 꼼꼼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펴낸 '2017 기술영향평가 보고서'에는 바이오 인공장기가 인간의 삶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 잘 묘사돼 있다. 우선 인간의 수명이 대폭 늘어나면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유엔(UN)은 2009년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를 통해 인류가 2020년경엔 평균 수명이 100세에 이르러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바이오 인공장기가 일상화되면 인간의 건강 수명이 더욱 더 늘어 난다. 고령자라고 하더라도 장기 이식을 통해 질병ㆍ장애없이 오랜 세월 젊은이 못지 않은 신체적 능력을 지닌 채 건강하게 사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류의 삶의 개념과 인식 자체가 변화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60대 이후 은퇴해 조용한 노후를 보내던 것이 당연했지만, 바이오 인공장기가 일반화된 미래에는 '노년기' 자체에 대한 개념이 변화한다. 액티브 시니어들이 등장해 각 사회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게 된다면? 예컨대, 현재도 TV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는 유재석, 강호동 등이 100살 이후에도 활동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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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결혼, 육아, 교육 등에 대한 가치관, 특히 부모ㆍ자녀간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자라 부모를 부양하는 기존의 가족 제도는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 바이오 인공장기로 건강한 삶을 되찾은 사람들은 '덤'으로 얻은 생명에 감사하며 훨씬 더 긍정적,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엔 '병이 없다'는 것이 건강의 개념이었지만 앞으로는 좀더 강력한 힘과 지구력, 운동 능력 등을 갖춘 '완벽한 신체'를 얻는 게 '건강'하다는 뜻이 된다.

반면 바이오 인공장기가 확산되면 '생명 경시' 풍조가 생겨날 위험성이 다분하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 흡연ㆍ음주를 자제하고 운동을 한다. 그러나 음주로 간이 망가지면 바이오 인공 간으로 손쉽게 갈아 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 유지ㆍ신체 보호 등에 소홀해지는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다. 또 바이오 인공장기 연구를 위해 사용되는 동물들이나 타인의 인체유래물 등을 가벼이 여기는 분위기도 예상된다.

맞춤형 신체 설계 시대도 열린다. 현재도 자신이 원하는 데로 성형 수술을 통해 얼굴 등 외모를 바꿀 수 있다. 인공장기 시대가 열린다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직업적 필요 또는 취미ㆍ기호 등에 따라 인체를 얼마든지 바꾸면서 살아갈 수 있다. 사진 작가가 좀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특화된 인공 안구를 사서 끼운다던가, 모델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긴 팔ㆍ다리를 이식한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는 해독력이 높은 슈퍼 간을 이식하고, 자신의 피부 색이 마음에 안 든다고 피부 전체를 바꾸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당연히 경제력에 따른 차이가 나타날 수 밖에 없어 사회적 갈등과 '외모 지상주의'는 더욱 심화된다. 특히 돈이 많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생명을 잃을 것이냐 더 살 수 있냐의 갈림길에 처할 때 극한의 갈등과 이탈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타인의 장기를 훔치고 거래하는 등의 범죄도 예상된다.

보고서는 "바이오 인공장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기술 의존적인 문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면서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어 원하는 한 언제든지 신체 기능을 강화하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싹트면 물질만능주의로 변질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같은 부정적인 문화가 확산되면 인공장기 보급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나타날 것"이라며 "결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낮아지고 반과학적 반기술적 정서가 퍼져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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